몇 년 전만 해도 e커머스(전자상거래)의 경쟁 기준은 가격과 상품 구색이었다. 요즘은 여기에 배송 속도가 추가됐다. ‘로켓 배송’으로 쿠팡이 불을 댕겼다. 온라인에서 ‘클릭’이 이뤄진 순간부터 얼마나 빨리 주문자의 집 앞에 물건을 가져다 놓을 수 있느냐의 싸움이 본격화한 것이다.
SK그룹 계열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오토바이 배송 스타트업인 바로고의 지분 7.2%를 250억원에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11번가가 지분 인수를 마치면 이태권 바로고 대표와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바로고는 전국 오토바이 ‘배송맨’들을 화주와 연결해주는 근거리 물류 플랫폼이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의 이번 투자는 좀 더 편리한 배송 서비스로 입점업체들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적 투자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11번가는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전국 읍면 단위까지 뻗어 있는 우체국망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11번가를 비롯해 e커머스 업체들은 쿠팡발(發) ‘배송 전쟁’에 각자의 방식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전국에 170여 개 물류시설을 지으며 ‘로켓 배송’망을 구축한 쿠팡은 앞으로 약 8700억원을 들여 전국에 7개 풀필먼트센터를 추가로 구축할 예정이다. 쿠팡이 노리는 바는 네이버 쇼핑,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11번가에 있는 판매상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쿠팡의 최대 경쟁자인 네이버쇼핑은 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CJ그룹과 지분을 교환해 CJ대한통운과의 제휴 관계를 강화했다. 또 종합 디지털 물류 업체인 메쉬코리아(브랜드명 부릉)와 바로고의 경쟁사인 생각대로(운영회사 인성데이타)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대기업도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세계 계열의 SSG닷컴은 ‘네오’라는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전국 110개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통합 e커머스인 롯데온도 물류 스타트업 PLZ와 제휴해 서울 잠실지역에서 ‘2시간 배송’ 등을 테스트 중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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