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키즈’ 맥스 호마(31·미국·사진)가 복받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2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특급 대회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50만달러) 정상에 선 직후였다. 그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동타를 기록한 토니 피나우(32·미국)를 연장 2차전에서 누르고 우승했다. 2019년 웰스파고 챔피언십 이후 1년9개월 만에 차지한 투어 두 번째 우승. 호마는 “우즈를 보고 자란 내가 우즈에게 우승컵을 받게 됐다”면서 “이보다 더 멋진 일이 있을까 싶다”며 감격에 젖었다.
99.57% 확률의 퍼트 놓치고도 우승
호마는 대회가 열린 리비에라CC에서 40㎞ 떨어진 버뱅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 골프장 인근에서 자란 ‘고향 선배’ 우즈를 그가 남들보다 특별히 더 우러러본 배경이다. 그가 만 두 살이던 1992년 우즈는 이곳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PGA투어 데뷔전을 치렀다. 호마가 거듭 “(LA) 다저스와 레이커스처럼 나도 LA 출신 챔피언”이라고 강조한 이유다.우즈가 주최한 이 대회에서 호마는 하마터면 조연에 그칠 뻔했다. 그는 피나우가 동타로 먼저 경기를 끝낸 상황에서 정규 라운드 마지막 홀인 18번홀(파4)에 들어섰다. 여기서 잡은 약 1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다. 호마가 평소 99.57%의 확률로 퍼트를 성공하는 거리였다. 1%도 안 되는 확률이 하필이면 이때 나온 셈이다. 결국 연장전으로 끌려간 호마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바들바들 떨었다”며 “내게 너무 큰 기회였고 그래서 떨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호마의 편이었다. 10번홀(파4) 첫 번째 연장전에선 티샷 실수로 공이 나무 밑에 떨어졌으나 잘 빠져 나와 승부를 연장 2차전으로 끌고 갔다. 여기서 피나우가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보기에 그친 사이 호마는 이 홀을 파로 막았다.
메이저급 대회에서 우승한 호마는 첫승 때와는 다른 ‘특급 대우’를 받게 됐다. 약 170만달러의 우승 상금과 함께 투어 카드 3년을 보장받게 됐다. 세계랭킹은 종전 91위에서 ‘정상급 반열’로 여겨지는 50위 이내인 38위로 도약했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자격으로 오는 26일 개막하는 WGC 워크데이 챔피언십 출전권도 확보했다.
피나우, ‘준우승 전문가’ 꼬리표에 울상
결정적인 순간에서 또 우승을 놓친 피나우는 ‘준우승 전문가’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이번에도 떼지 못했다. 지난 1일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과 7일 끝난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 준우승을 포함해 한 달 새 준우승만 세 번 거뒀다. 2016년 이후 PGA투어에서 거둔 여덟 번째 준우승이다. 같은 기간 톱10에는 37차례나 들었고 모은 상금만 해도 1920만달러에 달한다.2016년 3월 푸에르토리코오픈 이후 4년11개월 만에 우승을 노린 피나우는 “달콤씁쓸하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그는 “우승 기회 때마다 나보다 잘 치는 선수가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수 출신 골프 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는 “그의 경기력으로 볼 때 우승이 이렇게 없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피나우는) 긴장할 때면 스윙이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짧은 백스윙 때문에 스윙이 빨라지면서 실수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37·미국)은 5개의 보기를 쏟아내 6언더파 공동 8위에 그쳤다. 이경훈(30)은 9오버파 66위, 강성훈(34)은 10오버파 67위에 머물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