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말부터 정부가 ‘탈(脫)석탄·원전’을 앞세워 원자력·석탄발전기업의 사업권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인허가를 내준 사업이더라도 정부가 민간 발전소를 폐쇄하거나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환경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지난해 10월 대표 발의했다.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31명이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다음달 초 법안소위 심사를 거쳐 상임위와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범여권이 180석의 압도적인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무난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도 법안에 찬성하고 있다. 법안은 공포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이 법률안 제10조는 발전사업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정부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고, 공공 이익을 위해 특별히 필요한 경우엔 발전사업 지정·허가를 철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보유한 ‘발전 면허’를 정부가 소급 적용해 언제든지 빼앗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전환 부담금 명목으로 원전·석탄기업에서 매년 7500억원가량을 강제로 걷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법안이 시행되면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 7기 가운데 강릉안인화력 1·2호기와 삼척화력 1·2호기 건설이 중단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발전소 건립이 중단되면 수조원의 매몰비용과 함께 수천 개의 지역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
발전업계도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확정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석탄발전소 건설계획을 뒤집을 수 있는 법안 처리를 수수방관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당정이 중장기 에너지정책까지 허물면서 애초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에너지가 각각 짓고 있는 두 석탄발전소는 2013년 정부로부터 발전허가를 받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삼척발전소는 현 정부 출범 8개월 후인 2018년 1월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다.
강경민/이지훈 기자 kkm1026@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