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이 생존을 위해 다양한 신사업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기존에 하던 사업과 전혀 다른 신사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성장하는 산업에 올라타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상장사들이 줄줄이 ‘신규 사업목적 추가’를 주총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사전에 공지하고 있다. 매출의 99.8%를 치즈 및 제빵 원료에서 거두는 조흥이 의약외품과 위생용품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오뚜기에서 만든 식초로 친환경 주방세제와 손소독제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케이블 방송 사업을 하던 현대백화점 계열사 현대퓨처넷도 전혀 다른 업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기차 분야다. 현대퓨처넷은 케이블방송사업을 하던 현대HCN을 물적분할해 지난해 KT스카이라이프에 매각했다. 방송업을 떼어낸 회사 주가는 1년 전 주가에도 못 미치고 있다. 남아있는 디지털 사이니지(전자광고판) 사업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위기를 느낀 현대퓨처넷은 전기차 충전소 관련 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외에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관련 사업과 의료기기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재래식 산업에 해당하는 화물차운송업을 하는 국보도 전기차 부품 제조를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최근 손소독제, 마스크, 전기차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먼 미래를 내다본 투자보다는 당장 성장하는 사업에 올라타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적자 탈피 위해 사업 영역 확장
사업 영역을 확장해 활로를 찾겠다는 기업들도 상당수다. TBJ, ANDEW, NBA 등의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한세엠케이는 의류 매장에서 벗어나 체험형 매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17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1만원이 넘던 주가는 3년 새 3000원대까지 추락했다.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김지원 한세엠케이 대표는 지난해 편집숍 패브리크를 론칭하며 변화를 꾀했다. 올해부터는 매장에서 옷뿐만 아니라 도서, 문구류를 팔겠다는 계획이다. 한세엠케이 관계자는 “오감체험형 매장이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물건을 판매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이 밖에 LS전선아시아는 경영자문 및 컨설팅업을, 도화엔지니어링은 환경관리대행업을 새롭게 추가할 예정이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움직임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에 따라 자동차 부품을 넘어 로봇 부품을 생산하겠다고 나섰다. 현대차는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네이버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포털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영역에서 벗어난 미개척지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위윤덕 DS자산운용 대표는 “자동차를 넘어 로봇,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화하겠다고 나선 현대차그룹과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는 네이버와 빅히트에 대한 밸류에이션은 기존과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도 ‘색다르게’
퇴직 관료, 회계사, 교수 등이 주로 차지하던 상장사의 사외이사 면면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개정안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주총을 통해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연이어 창업에 성공한 ‘클라우드 전도사’로 알려졌다. 최근 최태원 SK 회장이 이끌게 된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온시스템은 김무상 금성출판사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서 다룬다.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