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향후 10년 동안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는 최첨단 연구 그룹의 중심."최근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 같은 문구가 올라왔습니다. 차세대 네트워크라 불리는 6세대 통신(6G)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올린 공고 중 일부입니다. 애플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와 샌디에이고 지사에서 5G와 6G 무선 기술 개발 인력을 뽑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애플이 5G와 6G 개발 인력을 뽑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됩니다. 첫째는 5G 모뎀 칩을 납품받는 퀄컴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힙니다. 부품과 기술을 제3의 업체에 맡기지 않고 자체 개발하겠다는 최근 애플 전략의 연장선입니다.
둘째는 6G 시장 선점입니다. 정보기술(IT) 매체 맥루머스는 "5G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애플이 6G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고 싶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애플은 지난해 말 미국통신산업협회(AITS)가 6G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발족한 기업 연합체 '넥스트 G 얼라이언스'에 합류했습니다.
애플은 공고에서도 이번에 선발하는 인력은 국제민간표준화기구(3GPP)의 무선접속 프로토콜 등 기술규격 표준을 만드는 프로젝트 그룹' 3GPP RAN'과 협력해 6G 표준화 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의중이 어떻든 간에 애플도 6G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은 분명합니다.
2019년 5G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국내에서도 5G 서비스가 완전히 구현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제조사들은 이미 5G를 넘어 6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싸움을 진행 중입니다. 이동통신 기술은 세대가 오를수록 우리 일상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가 지난해 7월 발간한 '6G 백서'에 따르면 6G는 최대 전송속도 테라(1000기가)bps, 무선 지연시간 100마이크로초(μsec)에 달합니다. 쉽게 말하면 6G는 5G 대비 속도는 50배 빠르고 무선 지연시간은 1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현재 5G는 지연 시간이 거의 없는 실시간성을 주요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 시간이 다시 10분의1로 단축되는 게 바로 6G입니다.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입니다. 따라서 6G는 현재 서비스 중인 통신 용도가 아닌 현존하지 않는 미래 기술환경을 위한 통신 기술인 셈이죠. 사물인터넷을 넘은 만물인터넷, 수중통신 등 이제껏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IT 세계가 6G로 구현이 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은 10여년 후인 오는 2030년 정도가 6G 시대 개화기의 원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6G 기술 표준화가 시작돼 2028년부터는 6G 상용화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따라서 6G 구현을 통해 발생할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와 국가 경쟁력 확대 측면에서 서비스 10여년 전인 지금부터 여러 국가와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2017년부터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연구개발(R&D) 작업을 진행하는 등 일찌감치 6G 주도권 확보에 나섰습니다. 미국 규제기관인 FCC은 어떤 나라보다 먼저 6G까지 무선장비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주파수를 개방하기도 했습니다.
5G에 대해 가장 오래 준비해 왔지만 한국에 세계 최초 상용화 자리를 내준 중국 역시 칼을 갈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18년부터 정부 주도 하에 6G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관련 국책과제에 4600억원을 투자한 바 있습니다. 2019년 11월엔 6G 추진을 위한 6G 민관 추진 그룹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기업으로 보면 6G를 5G의 연장선으로 판단하고 5G와 6G를 병행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화웨이가 주목됩니다.
5G 시장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유럽과 2G 시대 아이모드(일본의 초창기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로 글로벌 통신시장을 이끌었던 일본 역시 정부 지원 아래 산학협력 등을 확대하고 6G 생태계 확장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올해 6G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등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선도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달부터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6G R&D 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산학연 전문가의 역량을 결집시킬 예정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2000억원을 투입해 6G 산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의 약진이 가장 눈에 띕니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5G 연구와 함께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곳을 중심으로 해외연구소, 국내외 대학·연구기관들과 협력하며 6G 기술의 국제 표준화와 개발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역시 여러 기관 및 기업들과 6G 업무협약을 체결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