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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서울 분양인데…"거실 중간에 기둥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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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고 있던 김모씨는 입주자 모집 공고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전용 59㎡도 한 가구도 나오지 않은데다 1가구에 주차대수가 1대도 안됐기 때문이다. 생활에 불편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김 씨는 청약을 넣을 예정이다. 전월세 금지법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전세를 주면 된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서울에서 어디라도 집을 하나 갖고 있어야지. 더 이상 벼락거지로 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기대했던 첫 아파트 분양이 나왔지만, 무주택 수요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분양가는 물론이고 단지의 구성이나 평면 등이 성에 차지 않아서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가 귀하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청약을 해야겠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직접 실거주할 의무가 없다보니 전세를 주더라도 일단은 청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분양에 들어가는 아파트는 광진구 자양동 자양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나오는 '자양 하늘채 베르'와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1블록에 짓는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다. 청약일정은 다음달 부터 시작돼 사실상 2분기에 첫 공급이 나오는 셈이 됐다. 2개 단지 모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데다, 지난 18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서 의무거주 이른바 전월세 금지법이 해당되지 않는 마지막 아파트가 됐다. 일반공급으로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 둘다 청약이 가능하지만, 모집하는 주택형과 분양가 등이 다르다보니 수요층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눈여겨 봤던 아파트는 '자양 하늘채 베르'였다. 일반분양분으로 51가구가 나왔는데, 전용면적 46㎡(옛 19평)으로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5억1110만~5억1720만원이다. 입주자 모집공고에 나온 아파트의 주차대수는 총 162대로 세대당 0.98대가 설치된다. 그는 "자양동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최근에 집을 내놔서 불안하던 차였다"며 "주변 중형 아파트값이 작년부터 10억원을 넘어가면서 작더라도 새 아파트 찾고 있었는데 분양내용을 보니 생각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면서 중대형이 분양가 9억원을 넘긴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에도 불만이 쏟아지기는 마찬가지다. 디자인 특화로 복층과 다락 등 다양한 평면이 나왔는데, 선택지가 25개에 달한다. 내 집 마련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어떤 평면이 좋을지' 혹은 '어떤 평면의 경쟁률이 낮아서 당첨될지'를 가늠하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단지를 경계하는 담장이나 아파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문주'가 없다는 점도 예비 청약자들의 불만 중 하나다.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A씨는 "같은 전용 84㎡인데 발코니 확장비가 천차만별"이라며 "그만큼 평면이 제각각이고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면적도 다 다르다는 얘기다"라고 했다. 전용 84㎡D형은 단지 북동쪽을 감싸는 형태로 곡선형 평면이다.

A씨는 "그나마 가구수가 많은 주택형이 84㎡A형과 84㎡B형인데 어느 하나 선택하기 쉽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3면 발코니를 확장해 넓게 쓸 수 있는 84㎡A형은 탑상형(타워형)인데다 발코니 확장비가 996만원에 이른다. 분양가가 8억9990만원인데 확장비와 입주시에 취득세를 합하면 9억원을 훌쩍 넘는다. 분양가가 9억원 이하라고 공고한 건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정한 것이다"라며 "판상형인 84㎡B형의 경우 거실과 방 1개만 발코니가 가능해 397만원으로 확장비가 낮은 대신 좁다. 이 정도면 경기도에서 나오는 20평대 수준밖에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추첨을 노리고 전용 101㎡형을 보고 있었던 B씨는 커뮤니티에 101㎡C형의 평면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어떻게 방 3개에 전부 기둥이 들어갈 수 있냐. 네모 반듯한 방 한 칸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며 "발코니 확장을 선택해도 발코니는 남아 있고 거실 중간에도 기둥이 박혀 있다"고 말했다. 이 타입의 분양가는 10억1550만원이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된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등에서는 조합원들이 우선적으로 좋은 평면들을 가져가다보니 선호하는 평면에서 일반분양분이 많이 나오는 건 어렵다"며 "민간이 분양하는 아파트는 잘 팔리고 선호하는 평면을 넣곤 하는데, 아무래도 공공택지다보니 민간이 공급하더라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자인 특화도 좋지만,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양한 평면은 되레 소비자들의 불만을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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