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에서 성공하기 위해 중국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미리 공부한다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사전지식이 선입견으로 변해버릴 수 있거든요. 차라리 백지상태로 가서 현지에서 배우는 게 훨씬 낫습니다.”
《이상훈의 중국 수다》를 쓴 이상훈 씨(사진)의 말이다. LG전자 중국 주재원, LS산전 중국사업지원부문장 등을 지낸 그는 지중파(知中派)다. 이번 책에선 중국인의 언어, 문화, 음식을 비롯해 비즈니스 매너, 부동산 거래, 공산당 등 다양한 주제를 위트 있게 풀어냈다.
이씨는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 30여 년간 일해왔다. LG전자 중국 주재원 시절 그룹 최고경영진과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 리펑 전 총리 등 최고위급 기업인과 관료들의 회담을 통역했다. 중국 재계 인사는 물론 현지 주민, 동료 직원들과 부딪치며 중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했다.
그는 “중국통(中國通)이란 표현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구가 15억 명이 넘고, 1개 성(省)이 한국 면적보다 큰 나라에서 1개 도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는 것. “베이징 사람은 권력 지향적이고, 상하이 사람은 이익 추구형, 시안 사람은 권력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말이 있어요.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은 중국이 결코 한 덩어리, 하나의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가 아니란 사실을 직시하는 겁니다.”
국내 고위관료들의 공부 부족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중국의 고위층 중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은 없다”며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와 이슈에 관해 매우 해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정부 실무진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장관과 주중대사 등 고위인사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중국과 국내 관료 간 정책 전문성 차이가 너무 두드러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중국을 더 이상 갑질의 대상으로 보면 안 됩니다. 중국에서 뭔가 해보려는 사람 중 ‘이 나라는 대체 왜 이래? 엉망이야’라고 불평하는 이가 많은데 그래서 성공한 경우는 한 명도 못 봤습니다. 다름을 틀림이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나라 간 문화가 다르다 해도 사람 사는 예의는 다 똑같지 않습니까. 그걸 지키는 게 정공법입니다.”
한한령(限韓令) 이후 한·중 관계에 대해선 “중국을 무조건 적대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하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중국 사람들은 겉으로는 불쾌함을 표현하지 않지만, 자신을 기분 나쁘게 만든 사람에겐 반드시 되갚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앙갚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우호적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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