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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눈으로 못 잡아낸 탈세…'국세청 빅데이터'가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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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서울 강남에 개인 사무실을 둔 변호사다. 그는 몇 년간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사무실 운영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국세청과 지방 세무서는 오랫동안 A씨를 주시했지만 A씨의 실제 수입과 재산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전입신고된 아파트에 대한 조사에서 재산 은닉 정황 등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세청 빅데이터센터가 역할을 했다. 세금계산서와 현금영수증,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을 분석했더니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실제 거주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탐문 등 추가 조사 끝에 국세청 조사팀은 A씨가 해당 단지의 290㎡ 대형 주택형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팀은 여기서 현금 3600만원을 포함해 2억원 상당의 은닉 재산을 압류했다.
체납자 거주지 찾기 적중률 85%
국내 자산을 해외로 빼돌렸다가 다시 들여오는 등 탈세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상속·증여세 부과 대상이 늘면서 일선 세무서는 탈루 혐의자 분류에도 애를 먹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6월 출범한 것이 국세청 빅데이터센터다. 국세청이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짧은 시간에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고액체납자의 재산을 추적해 탈루 세금을 거둬들인 실적은 2017년 178억원에서 2018년 188억원, 2019년 202억원 등으로 늘었다.


가장 힘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는 A씨와 같은 체납자의 실거주지 파악이다. 일선 세무서는 체납 사실을 파악하고도 체납자를 찾지 못해 밀린 세금을 못 걷는 사례가 많았다. 국세청 빅데이터센터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높은 적중률로 체납자의 실거주지를 찾아내고 있다. 장기 체납자 28명을 시범적으로 조사한 결과 24명의 거주지를 찾아내 85%의 적중률을 나타냈다.

주민등록등본상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B씨의 가족도 이 같은 방법으로 찾아냈다. 전입신고된 집에는 생활 흔적이 없다고 판단한 국세청 빅데이터센터는 서울의 한 고가 아파트를 이들의 실제 거주지로 지목했다. 국세청은 이 아파트에서 현금 1억원을 비롯한 체납액 5억원을 징수했다.
해외 자금 거래도 빅데이터로
명의 이전을 통해 부가가치세를 탈루하는 자영업자도 빅데이터의 감시망을 벗어나긴 힘들다. 자영업자들은 연매출이 4800만원에 못 미치면 간이과세자로 분류돼 그 이상의 매출을 일으키는 일반과세자에 비해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C씨는 이 같은 세법을 악용한 사례였다. 연매출이 4800만원을 넘을 때마다 친척 등 지인의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자신의 가게에서 발생한 매출을 다른 가게 이름으로 신고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간이과세자 자격을 유지하며 세금 우대를 받을 수 있었다. 국세청 빅데이터센터는 C씨 주변 인물의 사업 변동과 수입 내역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탈법을 포착해냈다.

강종훈 국세청 빅데이터센터장은 “과거에 발생한 주요 탈세 패턴을 입력하고 최근 데이터를 넣으면 컴퓨터가 스스로 조사 대상을 선별하는 시스템”이라며 “빅데이터 기술 적용이 가능한 범위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은 과거에 불가능했던 영역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 여권 등 별도의 신분증으로 해외에 계좌를 개설한 내국인과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이 대표적이다. 자금 거래와 세금 납부 등에 관한 조사는 주민등록번호를 기준으로 이뤄져 이 같은 범주 밖의 문제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국세청은 빅데이터를 통한 패턴 분석으로 해외 계좌와 특정인의 연관 관계를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빅데이터 분석은 고액·상습 체납자를 대상으로 해 일반 국민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빅데이터는 ‘어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도를 알려줄 뿐 실제 조사는 국세청 직원이 일일이 살펴야 한다”며 “납세 검증 전반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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