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LS그룹 회장(사진)이 차기 한국무역협회 회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선임되면 15년 만에 민간 출신 무협 회장이 탄생한다.
15일 경제계에 따르면 무협은 16일 회장단 조찬회의를 열고 제31대 회장 선임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무협 사정에 밝은 재계 한 관계자는 “16일 회의는 공식 추대에 앞서 회원사 의견을 모으기 위한 사전 모임”이라며 “구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회장단은 김영주 현 회장 등 협회 상근 임원 3명 및 류진 풍산 회장,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 구자용 E1 회장 등 총 33명으로 구성돼 있다. 무협은 이날 회의에서 의견 수렴을 거친 뒤 19일 열리는 회장단 회의에서 구 회장을 단독 추대할 예정이다. 3년 임기의 차기 회장은 이달 24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회원사 의결을 거쳐 공식 선임된다.
경제계에 따르면 회장단은 이번엔 민간 출신 협회장을 추대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협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1999~2006년 재임)이 물러난 이후 지금까지 선임된 5명 모두 정부 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김영주 현 회장도 노무현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과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정부도 이번 무협 회장 선임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금융 공기업 수장으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이 대거 선임되면서 불거진 ‘낙하산 인사’의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후보로 거론된 노무현 정부 출신 전직 고위관료들도 출마를 잇따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서 자칫 조기 사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관료 출신 유력 후보들이 고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장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역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륜이 풍부한 구 회장이 차기 무협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자 동생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구평회 회장은 22∼23대 무역협회장(1994∼1999년 재임)을 지냈다. 구자열 회장이 공식 선임되면 1946년 무협 출범 이래 첫 부자 출신 회장이 탄생하게 된다. 한 경제단체에서 부자가 내리 수장을 맡는 것도 처음이다. 이달 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단독 추대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당초 연임이 점쳐졌던 김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2017년 11월 김인호 전 회장이 임기를 넉 달 앞두고 사퇴하면서 29대 회장으로 보궐 선임됐으며 이듬해 2월 연임에 성공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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