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가 되면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한다. 코로나 시대 서로 안부를 묻는 영상통화와 함께, 온라인 쇼핑과 동영상도 즐긴다. 한국의 세뱃돈에 해당하는 훙바오(紅包)도 요즘은 모바일을 통해 주고받는다. 붉은 바탕에 형형색색의 무늬가 들어간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 주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훙바오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에도 중국 기업들은 발 빠른 행보를 보인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3 기업은 물론 틱톡, 핀둬둬(多多), 콰이서우(快手) 등 신흥 인터넷 강자들도 기업 홍보와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수천억원이 넘는 훙바오를 모바일로 뿌린다.
웬만한 중국 식당은 종이 메뉴판 대신 QR코드를 통해 주문을 받는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품 주문하듯 음식을 장바구니에 담고 모바일로 간편 결제한다. 필자가 2011년 알리바바 본사 방문 당시 처음 보고 느꼈던 충격은 10년이 지나면서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곱씹어봐야 할 것은 단순한 음식 주문이 아니라 데이터 활용법이다. 날씨와 시간대에 따른 음식 선호도와 주문량이 고스란히 데이터로 전달, 축적된다. 식당 주인은 이를 식자재 관리와 신메뉴 개발에 활용한다.
코로나 시대에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화두다. 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모든 기업은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전환’이 대세다. 그 핵심은 인공지능(AI)이 될 것이다.
AI 분야에서 양대 축은 미국과 중국이다. 2016년 중국은 미국에 이어 AI 분야 특허출원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안면인식과 음성인식 분야 전 세계 선두기업은 클라우드워크(雲從科技)다. 글로벌 최대 음성인식 데이터베이스 리브리스피치 조사에서 클라우드워크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존스홉킨스대 등 유수 기업과 대학을 제치고 이 분야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음성합성 대회에서 14년 연속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기업도 아이플라이텍(科大訊飛)이라는 중국 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해당 기술이 시장에서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상품화되고 있는지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리옌훙 바이두 회장은 2016년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친 이세돌 9단과의 만남을 간절히 원했을 정도로 일찍이 AI에 눈을 떴다. 바이두는 최근 자율주행차 개발로 알려져 있지만, 주제에 맞게 동영상을 맞춤 제작해 주는 AI도 개발 중이다. 2017년 새롭게 선포한 바이두의 비전은 ‘올 인 AI(All in AI)’다.
샤오미는 보조 배터리와 웨어러블 기기로 유명하지만 요즘에는 공기청정기, 전자저울, 가습기, TV 등 광범위한 상품군을 자랑한다. 그러나 샤오미의 강점과 경쟁력은 AI와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디지털 생태계 구축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얘기한 중국 기업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클라우드워크와 아이플라이텍의 급속한 성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었다.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을 말하는 게 아니다. 13억 인구 기반의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 그리고 디지털 기술인력 육성이 핵심이다. 아이플라이텍의 중국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기업은 중국과학원 직속 중국과학기술대에서 탄생했다.
샤오미와 바이두의 사례는 기존 단일 제품과 서비스 위주 경쟁에서 벗어나 제조와 IT 서비스 결합, 플랫폼 기반 경쟁 등 디지털 경제 시대 신패러다임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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