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가 국내 암환자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올 상반기 임상 1상시험 시작’을 목표로 앞다퉈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서다. 이들 업체는 CAR-T의 효과가 입증된 혈액암 외에 시장 규모가 훨씬 큰 고형암 치료제 개발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세계 바이오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14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큐로셀은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CAR-T 치료제 ‘CRC01’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일단 치료 대상을 림프종으로 국한했지만 면역관문수용체인 ‘PD-1’과 ‘TIGIT’ 2종을 동시에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오비스’ 기술을 적용해 향후 고형암 치료제로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앱클론도 올 2분기 림프종, 백혈병 등을 대상으로 한 CAR-T 치료제 ‘AT101’의 임상 1상 IND를 신청하기로 했다. 류머티즘관절염과 대장암, 난소암 등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유틸렉스는 간암 대상 CAR-T 치료제로 올 상반기 안에 국내 임상 1상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CAR-T 치료제는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를 특정 암 항원을 인식하도록 조작한 뒤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해 암세포와 싸우도록 한 치료제다. 2017년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상용화됐다. 1회 투여로 환자 중 80%가 완치될 정도로 극적인 효과를 내지만 비용이 4억~5억원에 달하는 게 문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CAR-T 치료제가 잇따라 나와 경쟁체제가 되고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도 등재되면 환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수백만원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자도 속속 링에 오르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인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CAR-T 치료제 개발을 전담할 자회사(카텍셀)를 세웠다. 헬릭스미스는 T세포를 배양할 수 있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기반 세포주 생산시설도 구축 중이다.
GC녹십자셀은 지난해 초 CAR-T 치료제 임상시험을 위해 미국에 자회사 노바셀을 설립했다. LG화학도 지난달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CAR-T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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