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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타고 고향가다 '낭패'…"전기차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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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테슬라 모델3 오너 A씨는 설을 맞아 고향인 부산까지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 '롱 레인지' 모델을 타는 그는 446km의 주행 가능 거리를 믿고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그는 집까지 남은 거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주행 가능 거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을 확인했다. 100km가량 달렸지만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00km 정도에 불과했다. 150km 남짓 손실을 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휴게소 충전기를 찾았다. 대기자가 많은 탓에 30분을 기다렸다가 충전한 뒤 다시 출발했다. 그러나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결국 부산까지 두 번을 더 충전하고서야 도착했다. 차가 밀리지 않는 시간대를 골랐지만 도착까지 7시간가량 걸렸다.


○설 연휴 전기차 운전자 낭패
설 연휴동안 상당수 전기차 운전자가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겨울철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때 전기차의 연비(전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점을 간과한 탓이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전기차로 겨울철 장거리 운전 땐 주행 가능 거리가 평소보다 20~30% 짧아진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속 주행 땐 브레이크 사용 빈도가 줄어 회생에너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연구소가 실험한 결과 내연기관차는 도심보다 고속도로 주행 때 연비가 33% 향상됐다. 반면 전기차는 고속도로 주행 때 연비가 24% 감소했다. 쏘나타(내연기관차)의 연비는 도심(서울 광화문)에서 ℓ당 11.7km인 반면, 고속도로(서울 광화문~경기 여주휴게소)에선 ℓ당 15.6km로 높아졌다. 그러나 아이오닉(전기차) 연비는 도심에서 203km(1회 충전 시)였다가 고속도로에선 154km로 떨어졌다.



전기차 운전자 1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선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 경우 평소 대비 주행 가능 거리가 평균 33.4% 감소했다는 응답도 나왔다. 1회 충전 시 평소 때 주행 가능 거리가 평균 약 297km였지만, 영하 5도에선 평균 약 198km로 줄었다는 것이다.
○새로 나올 전기차는
해외에도 비슷한 실험 결과가 있다. 노르웨이 자동차연맹이 지난해 영하 2도 환경에서 20종의 전기차를 테스트한 결과다. 주행 가능 거리가 평균 18.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기아, 현대차, 재규어, 오펠, 벤츠, 아우디 등 모든 브랜드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설 연휴동안 전기차 운행이 더 힘든 것은 평소보다 충전 대기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연구소 설문 결과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 대기 시간이 20분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평일 52.4%에서 설 연휴 73.9%로 높아졌다.



새로 나올 전기차는 주행 가능 거리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기대해볼 만하다. 현대차는 4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내놓는다. 테슬라의 모델Y도 곧 판매될 전망이다. 기아는 7월 'CV'(프로젝트명)를 선보인다. 모두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를 500km 이상으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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