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표된 1월 고용통계는 한마디로 ‘참사’ 수준이다.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98만2000명 줄어 외환위기 한복판이었던 1998년 12월(-128만3000명) 후 최악이었다. 실업자는 157만 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6월 후 가장 많았다. 실업률은 5.7%로 1월 기준 21년 만에 최고치다. 더 심각한 것은 11개월 연속 취업자 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감소폭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20만 명대였던 감소폭이 지난해 12월 62만8000명, 1월에는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가 됐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60세 이상 취업자 숫자다. 최근 취업자 수가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감소하는 와중에도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는 매달 30만~40만 명씩 증가해 왔다. 정부가 세금을 퍼부어 만든 하루 2~3시간짜리 단기 노인 일자리가 대거 포함된 결과다. 그런데 지난달에는 이례적으로 60세 이상 취업자 수마저 전년 동월 대비 1만5000명 줄었다. “1월 노인 일자리사업 재개가 잘 안 돼 취업자가 줄었다”는 게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세금으로 만든 사실상 가짜 일자리로 취업자 수를 상습적으로 부풀려 왔는데, 1월에는 추위로 여의치 않아 취업자 수 감소폭이 갑자기 98만 명으로 커진 것이다. ‘관제 알바’를 동원한 일자리 통계 ‘분식(粉飾)’이 어려워지자 마치 화장을 지운 민낯이 드러나듯, 고용시장의 참상이 그대로 노출되고 만 셈이다.
물론 코로나 충격으로 고용사정이 더 악화한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숙박 및 음식점업(-15.7%)과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15.9%) 취업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경제의 허리’로 불리는 30~40대와 제조업 취업자 수는 코로나 이전부터 추세적으로 감소세였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일자리 스퀴즈’는 이미 시작됐던 것이다.
정부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1분기 중 직접일자리 90만 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최악의 상황인 만큼 정부가 팔 걷고 나서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관제 알바 같은 ‘가짜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게 고용대책의 중심이라면 또다시 통계 분식을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절실한 것은 안정적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진짜 일자리’다. 이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이 맘 놓고 투자하도록 유도해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분명한 답이 있는데 4년 내내 엉뚱한 데에 힘을 쓰고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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