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보광동 지하 단칸방에 사는 조모씨(77)는 올초부터 시력이 급격하게 나빠져 현재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 집 근처 편의점도 혼자 가지 못할 만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식들과의 연락은 끊긴 지 오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생계·의료 급여도 받지 못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조씨의 손을 잡아준 것은 서울시의 돌봄SOS센터 서비스였다. 그의 딱한 사정을 들은 주민센터 직원이 신청한 이 서비스로 조씨는 지난달부터 1주일에 두 번 청소와 빨래 등 전반적인 가사활동 도움을 받고 있다. 점심식사도 배달로 지원받고 있다. 조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자식도 찾지 않는 나를 서울시에서 나와 보살펴주고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19년 처음 도입된 서울시의 돌봄SOS센터 서비스가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제도는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긴급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돌봄 서비스다. 조씨처럼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이들이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징검다리 복지 서비스’로 불리기도 한다. 2019년 7월 성동·노원·은평·마포·강서 등 5개 자치구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1만9000여 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이 서비스를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종 복지센터가 문을 닫고 기존 돌봄 서비스 등이 중단되면서 커진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다. 조현중 용산구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복지관이 문을 닫아 끼니를 거르는 독거노인들에게 식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취약계층을 찾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사업을 전 자치구로 확대하면서 기존에 만 65세 이상으로 정했던 대상 연령 기준을 만 50세로 낮췄다. 시가 비용을 지원하는 대상도 중위소득 85% 이하에서 중위소득 100% 이하로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2인 가구 기준 소득이 299만원 이하면 무료로 돌봄SOS센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기준을 만족하는 서비스 잠재 수요 대상자가 5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돌봄SOS센터 서비스는 다산120콜센터 또는 거주지 인근 동주민센터에 문의하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민간의 대면 돌봄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돌봄 공백이 더욱 커진 상황”이라며 “이들이 정부의 복지 안전망에 안착할 때까지 돌봄SOS센터 서비스가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