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한 60대 남성이 손바닥 크기의 카메라와 녹음용 마이크 앞에 선다. “뭔가 어설프네요.”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시선 처리. 구독자 350여 명뿐인 ‘초보 유튜버’지만 매주 동영상을 찍는다.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입양아 셋을 둔 신용운 씨(60·사진). 입양을 둘러싼 편견을 깨기 위해 2016년부터 총 42회에 걸쳐 팟캐스트 방송을 하다 지난주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다.
10일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만난 그는 “입양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며 “낳지는 않았지만 내 품에 안기는 순간 그냥 내 아이다. 행복하지 않았으면 세 명이나 입양했겠느냐”고 했다. 신씨는 출산으로 얻은 첫딸(28)과 14세, 13세, 12세 입양 자녀 셋을 둔 가장이다.
2004년 40대이던 그의 삶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사업 실패로 빚 10억원을 떠안았다. 첫딸을 출산한 뒤 14년째 불임과 한 차례 유산도 겪었다.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입양 가족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봤다. “우리도 입양 알아볼까?” 둘째 아이를 원하던 부인이 조심스레 입양 얘기를 꺼냈다. 다음날 입양 상담센터를 찾았다. 직원은 “집도 없고, 소득이 적다”며 입양을 거절했다. 가족도 “형편이 어려운데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느냐”고 핀잔을 줬다.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밤낮으로 가구 판매 영업을 하며 모은 돈 9000만원에 대출 1억원을 더해 서울 관악구의 한 빌라를 마련했다. 그렇게 3년 만에 첫 입양딸 소연이를 품에 안았다. “품에 안긴 순간을 잊지 못한다”던 그는 이후 두 아이를 더 입양했다.
그는 14년간 입양 아이를 키우면서 불행보다 행복이 훨씬 컸다고 강조했다. 도리어 ‘근거 없는 편견’이 입양 가족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는 “입양을 밝히면 안쓰럽게 보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입양되지 못하고 홀로 살아가는 것이 더 안타까운 일”이라며 “지난해 ‘양천 아동학대 사건(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 가족에 대한 편견이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편견을 깨고자 신씨는 2018년 다른 입양 가족들과 ‘전국입양가족연대’를 꾸려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입양은 대단한 선행처럼 비치지만 입양 가족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입양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큰 행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지난 8일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에는 총 42회에 걸쳐 매주 ‘입양톡 사랑톡 톡톡’이란 제목의 팟캐스트 방송을 했다. 왜 공개 입양이 필요한지, 입양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입양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1회 1시간 분량에 담아 전달했다. 그는 “입양을 통해 얻은 인생의 기쁨이 커서 회사 생활 외에 다른 시간은 입양에 대해 알리는 데 쓰고 있다”며 “팟캐스트 방송을 보고 입양을 결정한 가족도 많다”고 했다.
양길성/최다은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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