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이 지난해 1월 영장 심사를 마치고 나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사진)에게 수갑을 채워 유치장으로 호송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0일 경찰청장에게 피의자 호송 시 수갑·포승 사용과 관련된 경찰청훈령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2019년 10월 3일 보수 단체의 광화문 집회에서 폭력 행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돼 2020년 1월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전 목사는 "2019년 12월 12일 종로경찰서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자발적으로 구속영장 피의자 심문에도 출석했다"면서 "심문 후 변호인단도 없는데 경찰이 양손에 수갑을 채워 종로경찰서 유치장으로 호송해 모욕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경찰 측은 "구속영장 신청 사유에 '도주 우려'가 포함돼 있었고 구속영장 피의자 심문 시 지지자들이 법원과 종로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돌발 상황도 고려해 수갑을 채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피해자(전 목사)는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며,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로 교회의 사택에서 20년째 거주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거 불명'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경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피해자는 경찰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피의자 심문에도 응했다"며 "경찰이 호송규칙에 따라 수갑을 채운다는 사실을 고지하자 수갑 착용에 별다른 저항 없이 동의한 점에 비춰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종로경찰서장에게 경찰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으며, 경찰청장에게는 피호송자의 수갑 착용을 의무화한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을 재량규정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