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전 비서 A씨 법률대리인이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부인하는 지지자들을 비판했다.
A씨 측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성에 기반하지 않은 믿음은 곧 폭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재련 변호사는 "북부지검 발표, 중앙지방법원 판결, 국가인권위 결정을 통해 왜 박원순 전 시장이 사망했는지,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정리·발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살인녀로 고발하겠다는 주장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1000명이 넘었다"며 "피해자 실명과 소속 기관, 피해자 얼굴 사진이 인터넷을 떠돌아 다닌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를 대리하는 노랑 대가리를 자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버젓이 SNS 댓글에 달린다"며 "그들에게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국가기관이 인정한 사실도 그들 앞에서는 무력하다"고 적었다.
또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그들의 믿음을 추동할 수 있는 동력 뿐인듯하다"며 "집단으로 움직이는 그들의 선동 앞에서 개인인 피해자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한탄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그들에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인지 묻는 분들이 많다. 박원순 전 시장 지지자들은 수천, 수만명이지만 피해자는 단 1명이다"라며 "박원순 전 시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집단적으로 움직이지만 피해자는 자신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있고 피해자를 응원하는 사람들 또한 무언의 응원을 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에서 피해자가 어떻게 일일이 선동꾼들에게 대응할 수 있을까"라며 "말도 안되는 글과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으면 그들의 주장이 참이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선동에 대한 피해자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선동을 우리 사회가 계속 수용해도 무방한지에 대한 고민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용기가 되는 것은 시민들의 동참"이라며 "그들의 선동으로 인한 상처는 시민들의 피해자에 대한 지지, 연대, 동참을 통해 치유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끝으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지난달 14일 별건 재판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A씨 진술을 언급했다.
당시 선고는 A씨를 지난해 4월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동료직원 B씨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진술한 내용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인권위 역시 지난달 25일 "박원순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직권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권위법상 성희롱에는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성폭력, 강제추행, 성적 괴롭힘 등이 모두 포함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