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일본에서 직원의 정신건강 관리를 강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로 인한 직원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닛신식품홀딩스는 작년 8월부터 '재택근무 우울증 예방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틀에 한 번씩 업무 시작과 종료 시점에 스트레스 측정기로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한다.
11월까지 국내 직원의 60%인 820명이 측정을 마쳤다.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직원 100명에 대해서는 전담 간호사가 주기적으로 온라인 면담을 실시한다.
NTT는 작년 10월부터 141개 계열사 직원 19만여명에 대해 매주 1회 온라인 정신건강 검사를 도입했다. 수면과 식사 등 5개 항목에 걸친 조사 결과를 4단계로 평가해 본인과 상사에게 이메일로 통지한다. 이상이 발견된 직원에 대해서는 1대 1 면담을 실시한다. NTT 관계자는 "검사를 상시화해 상사와 부하직원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정신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회사도 증가했다. 온라인 게임 광고회사 그리는 작년 4월부터 직원들에게 월 1회 3000엔의 온라인 회식비를 지급한다. 그리 관계자는 "업무상 잡담 등 대면 접촉의 장점을 온라인상에서 살리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일본 4위 화장품 업체인 폴라오비스홀딩스는 건강관리 지식을 소개하는 사내용 동영상을 매월 1편씩 제작해 배급한다.
일본 기업들이 직원의 정신건강 관리에 관심을 쏟게 된 계기는 2000년 일본 최대 광고회사인 덴쓰 소속 직원이 과로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면서다. 유가족이 덴쓰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기업은 직원이 심신건강을 잃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하면서 정신건강 관리는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됐다. 직원의 심리적인 변화를 눈치채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작년 초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근무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재택근무를 실시한 것도 정신적인 불안을 느끼는 직원이 늘어난 요인으로 꼽힌다.
파소나종합연구소가 작년 10월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건강 측면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0%가 정신적인 불안함을 호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작년 10월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기업의 노무관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직원의 정신건강 관리를 강화했다'는 기업이 45%,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업이 17%에 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