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가 벌써부터 우주 개발 주도권을 놓고 맞붙고 있다. 세계 1, 2위 부자들의 '스타워즈'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주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직을 내놓은 베이조스는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에 힘을 쏟겠다고 밝힌 상태다.
CNBC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서한을 보내 "스페이스X가 제출한 통신위성 스타링크 변경 요청을 승인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머스크가 소유한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는 지구 궤도에 4만2000여개 통신위성을 띄워 초고속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스타링크' 망을 구축하고 있다. FCC는 2년 전 스페이스X가 1만1943개까지 위성을 발사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현재 1000여개 위성이 궤도에 안착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다. 머스크는 유료 고객이 1만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FCC에 발사 예정인 통신위성들의 고도를 좀 더 낮출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아마존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아마존도 스타링크과 비슷한 통신위성망을 통한 광대역인터넷 프로젝트 '카이퍼'를 추진중이다. 아마존은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총 3236개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띄우는 걸 계획중이며 지난 7월 FCC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위성을 발사하지는 않았다.
아마존은 "스페이스X의 변경안은 단순한 수정이 아닌 매우 중요한 변경"이라며 "FCC는 이를 새로 설계된 시스템으로 간주해 대대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스페이스X의 변경 계획이 카이퍼 시스템과 간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뿐 아니라 기존 통신위성사업자인 비아셋(Viasat), SES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양측간의 갈등은 지난달 26일 머스크가 트윗으로 "아직 시작하려면 수년이 남은 아마존 위성 때문에 스타링크를 방해하려는 것은 공공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알려졌다. 이에 아마존은 "스페이스X가 제안한 변경안은 위성시스템 간의 경쟁을 방해한다. 시작 단계부터 경쟁을 막는 건 스페이스X의 이익임이 분명하지만, 대중에게 이익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베이조스는 지난 2일 아마존 CEO를 물러나면서 임직원들에게 띄운 편지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블루오리진, 워싱턴포스트, 데이원펀드, 베이조스어스펀드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루오리진은 베이조스가 2000년 설립한 우주개발 업체로, 베이조스는 매년 10억달러 규모의 아마존 주식을 팔아 투자하고 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우주 개발을 두고 그동안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여왔다. 지난 2013년 NASA가 로켓 발사대 39A를 장기 임대할 사업자로 스페이스X를 선정하자, 탈락한 블루오리진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로켓 관련 특허를 놓고도 갈등을 빚어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