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리는 것이 예술일지 지속적으로 고민합니다. 저에게 그림이란 고정된 것을 흔드는 행위이자 의지입니다.”
앳된 얼굴의 청년이 수줍은 목소리로 묵직한 고민을 풀어냈다. 서울 홍지동 웅갤러리에서 개인전 ‘프로토타입(Prototype·원형)’을 열고 있는 판화작가 정다운(32)이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에서 판화를 전공한 그는 일본에서 동판화를 주로 작업해 왔다. 첫 번째 국내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동판화 작품과 함께 그 원형이 되는 회화 드로잉 등 총 18점을 내놨다. 크레용이나 아크릴을 사용한 회화에서는 과감하고 화려하게 색깔을 사용했다.
작품 속 인물은 대부분 눈이 비어 있다. 강렬한 선, 허무한 표정을 통해 거죽과 외양만 남은 인간을 그리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과감한 선과 화려한 컬러의 조합은 인상주의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일상적 이미지와 망상에서 온 비일상적 이미지를 충돌시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 작품들이 눈에 띈다. 하나의 원형으로 찍어내더라도 어떤 작품에서는 날카로운 선을 살리고, 어떤 판에서는 선의 구분을 최대한 무너뜨렸다. 말 위에 올라타 자신의 그림자에 칼을 내리꽂는 작품은 ‘고정된 것을 흔들어 자신의 진짜 욕망을 마주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낸다. 전시는 20일까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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