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애잔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반백의 머리에 반듯한 가르마를 탄 이 여성의 얼굴엔 무슨 이유에선지 검은 선이 촘촘하게 그려져 있다.
사진가 신제섭이 촬영한 미얀마 소수민족인 므락우 친족 여인의 모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 소수민족의 삶을 기록한 연작 ‘길 위의 삶(Lives on the Road)’ 작품 가운데 하나다. 생업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던 신씨는 중년의 나이에 청년 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카메라를 다시 들었다.
미얀마로 여행을 간 그는 한 소수민족 여인들이 얼굴에 거미줄 문신을 한 것을 보았다. 그 부족에 전통적으로 미인이 많아 이웃 부족의 납치 시도가 자주 있었고 이를 피하기 위해 생긴 전통이란 것이었다. 그 순간, 막연하던 신씨의 인생 2막에 목표가 생겼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현대문명에 물들지 않은 소수민족의 삶을 기록하자는 것이었다. 작가는 10여 년 동안 아시아 여러 나라 20여 부족을 찾았고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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