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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왕국' 세운 혁신의 대명사, 박수칠 때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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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일(현지시간). 시장의 관심은 아마존의 지난해 재무제표에 쏠렸다. 하지만 정작 아마존이 사상 최대 실적을 공개한 뒤 모든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었다. 1994년 아마존을 창업한 베이조스가 27년 만에 CEO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깜짝 실적’을 뛰어넘는 ‘깜짝 사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최대 실적 낸 날 물러나
베이조스는 이메일을 통해 “올해 3분기 아마존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으로 이동하고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가 아마존의 후임 CEO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지금 최고로 혁신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CEO를 바꿀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퇴임 이유를 설명했다.

아마존은 작년 4분기에 최대 실적을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히 커진 데다 연말 쇼핑 시즌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난 1256억달러(약 140조원)를 기록했다.

아마존의 분기 매출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 건 처음이다. 4분기 영업이익은 77% 증가한 69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 3861억달러(약 431조원), 영업이익 229억달러(약 25조5000억원)로 사상 최대였다.

베이조스는 “아마존 성공의 근원은 발명”이라며 “우리는 미친 짓을 함께 해 빠른 배송,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일상으로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놀라운 혁신을 한 뒤 수년이 지나면 새로운 것은 평범해지고 이때 사람들이 내는 하품 소리가 혁신가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조스의 인생은 변화와 혁신의 연속이었다. 그는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뒤 월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온라인 유통 사업을 하기 위해 헤지펀드인 디이쇼를 그만두고 1994년 시애틀의 차고에서 아마존을 창업했다.

아마존은 전자책 사업으로 출발해 신속한 무료 배송을 내세워 온라인 쇼핑의 절대 강자로 부상했다. 음성 지원이 가능한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했다.
우주 탐사에 본격 나서나
베이조스는 3분기에 아마존 CEO를 그만두고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아마존은 그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경영 참여 임원(executive)이라는 명칭을 고려할 때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주요 의사 결정에 계속 참여할 전망이다.

베이조스는 다른 신규 사업과 자선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메일에서 “(이번 발표는) 은퇴를 말하는 게 아니다”며 “신제품을 비롯해 아마존데이원펀드와 베이조스어스펀드, 블루오리진, 워싱턴포스트 등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겠다”고 예고했다.

데이원펀드는 2018년 노숙인을 돕고 저소득층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펀드다. 베이조스어스펀드는 지난해 베이조스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조성한 100억달러 규모 기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이 2013년 인수한 미국의 유력 매체다.

시장에서는 베이조스가 우주 사업에서 크게 활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조스는 2000년 우주 탐사 전문기업인 블루오리진을 세우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보다 먼저 로켓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8년엔 총 3236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리겠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우주 탐사의 핵심 하드웨어인 고객 터미널용 안테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24년까지 달 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데 이어 오는 4월 첫 번째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베이조스가 우주 탐사 경쟁에서 머스크에게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베이조스가 앞으로 우주 탐사에 주력하며 세계 최대 혁신가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경제매체 CNBC는 “베이조스가 언급한 우주 사업, 디지털 언론 등 다른 분야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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