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이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멘델스존과 슈만을 내세워 올해 첫 정기 연주회를 연다. 스페인 출신 지휘자 안토니오 멘데스(37·사진)가 단원들을 이끈다.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하며 한국을 찾은 그는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로베르트 슈만의 ‘서곡, 스케르초와 피날레’, 펠릭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 e단조’, 슈만의 ‘교향곡 3번’을 들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가 협연자로 공연에 나선다.
국내에선 좀처럼 감상할 기회가 드문 레퍼토리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KBS교향악단 연습실에서 만난 멘데스는 “베토벤과 브람스라는 두 거인에 가려졌지만 멘델스존과 슈만도 중요한 작곡가들”이라며 “이들은 오스트리아 빈 계열 작곡가와 독일 라이프치히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의 메인 프로그램인 슈만 ‘교향곡 3번’은 연주하기 까다로운 곡 중 하나다. 현악5부 악보에는 음표가 빼곡하다. 쉬어가는 마디가 하나도 없다. 현악기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관악기 소리가 치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는 “복잡하게 얽힌 현악기 선율이 두꺼운 장막처럼 관악기 소리를 흡수할 수 있다”며 “현악 주자들에게 최대한 가볍게 연주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짧은 연습 기간이지만 슈만과 멘델스존 레퍼토리는 자신있다고 했다. 2015년 자신의 첫 음반에도 두 작곡가를 담았다. 그는 “2012년 지휘를 배운 뒤 지금까지 슈만의 모든 곡을 연주했다”며 “단원들 실력도 뛰어나서 걱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성장 배경도 레퍼토리 연구에 도움이 됐다. 그의 고향인 스페인 마요르카는 지중해의 섬이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문화권이 겹치는 지역이다. 덕분에 5개 국어(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영어 독일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단다. 그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인 덕분에 모리스 라벨 등 프랑스 작곡가와 브람스 같은 독일 레퍼토리를 분석하기에 수월했다”고 말했다.
멘데스는 베를린예술대학과 바이마르음악대학에서 지휘를 배웠고, 2012년 세계적인 권위의 말코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30대 신예 지휘자로 주목받으면서 2018년부터 스페인 명문 악단 테네리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일하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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