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중심이던 화장품산업이 수출 역군으로 바뀐 지 10년이 넘었다. 2010년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 수출은 연평균 30%씩 늘어날 만큼 고성장하고 있다. 북미, 유럽 등 화장품 선진 시장으로의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지난 10년간 15배 증가했다. 8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다.
한국 화장품의 수출 증가 배경에는 한류 열풍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한국 화장품의 위상 제고로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화장품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한국 화장품기업들은 아시아 뷰티 트렌드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국내 화장품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은 생산 거점을 해외에 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반대로 글로벌 OEM·ODM 회사들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한국 시장에 뛰어드는 사례도 생겼다. 국내 화장품 ODM·OEM 시장에는 200~300여 개 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빅3’의 시장점유율은 40% 안팎이다.
이 중 한국콜마의 강점은 강력한 연구개발(R&D) 능력이다. 직원들의 창조적인 기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2006년부터 연구소에 지식재산전담부서를 신설, 지식재산권 출원 및 창출 방법 교육을 하고 있다. 또 특허·실용신안·디자인의 출원, 등록, 실시 등 부문별 실적을 바탕으로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9년에는 특허청으로부터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내 화장품기업 중 유일하게 국제공인시험성적서를 발급할 자격을 따기도 했다. 화장품 유해물질(중금속) 및 미생물 분야에 대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공인성적서를 자체 발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까다로운 인증절차와 주기적인 자격시험으로 자격 인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콜마에서 발행한 성적서는 국제시험기관인정협력체(ILAC)에 가입한 103개국 100개 인정기구와 아시아태평양 시험기관 인정협력체(APLAC)에 가입한 24개국 39개 인정기구에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자사 제품의 품질 완성도를 확인하고 싶은 고객사에서 제품의 완성도와 취약 부분 개선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콜마는 국내 생산 법인과 북미 캐나다, 중국 베이징과 우시에 각각의 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국내 4위 전문의약품회사인 HK이노엔을 연결 자회사(지분율 50.71%)로 거느리고 있다. 2018~2020년 연평균 11%의 매출 성장세를 보여왔다. 전체 매출에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초 화장품 생산에 강점이 있는 한국 대표 화장품 OEM·ODM사로 국내에서는 고품질, 고단가 제품 위주의 수주 및 생산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시법인을 중심으로 중국 화장품업체의 신규 주문이 안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베이징법인에서 이관되는 물량 외에도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졌던 신규 주문이 우시법인을 중심으로 재개되고 있다. 우시법인의 자생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프라인 기반 바이어들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코로나19 악재에서도 차츰 벗어나는 모습이다.
북미 자회사들도 좋아지는 모양새다. 미국 프로세스테크놀로지스앤드패키징(PTP)법인의 가동률은 회복되는 구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타격이 작았던 캐나다 CSR법인은 온라인 주문에 힘입어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회사 HK이노엔은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의 안정적인 실적에 더해 숙취 해소 음료 컨디션의 판매도 점차 회복될 전망이다. 올해는 HK이노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상장 후엔 한국콜마의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자산가치 재평가도 이뤄질 수 있다. 안정적인 성장을 토대로 글로벌 톱플레이어로 도약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본다.
hjpark@db-fi.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