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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석유사 엑슨모빌 "저탄소 사업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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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에너지기업인 엑슨모빌이 탄소배출량 저감 기술에 주력하는 사업부를 새로 만든다고 발표했다. 행동주의 펀드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잇따라 탄소 중립 트렌드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강하게 요구한 영향이다.

엑슨모빌은 실적발표를 하루 앞둔 1일(현지시간) "저탄소 기술 포트폴리오를 상업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엑슨모빌 로우카본솔루션(저탄소솔루션)' 신사업부를 만들고 2025년까지 배출가스 저감 기술에 30억달러(약 3조349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는 기존 엑슨모빌 연간자본지출 계획의 약 3~4% 규모다.

엑슨모빌은 석유제품 생산 공정 등에서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매장하는 탄소포집·저장프로젝트에 주로 투자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포집한 탄소는 원유·가스 기업 등에 팔 전망이다. 에너지기업들은 기존에도 지하에서 잔류 원유나 가스를 채취할 때 이산화탄소를 쓰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주입하고, 이를 통해 원유나 가스가 땅 위로 나오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지하에 매장된다.

엑슨모빌은 이날 "탄소 포획 사업은 미국 정부가 지원해 상업적 매력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탄소 포집·저장하는 기업들에 일부 세금 공제를 지원한다.

주요 외신들은 엑슨모빌이 최근 압박을 늘리고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탄소 저감 사업안을 내놨다고 분석했다. 엑슨모빌은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친환경에너지 트렌드에 대응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저탄소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이 부족할 경우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주엔 엑슨모빌을 두고 투자자와 기관 135명(곳)이 연합을 결성해 엑슨모빌 압박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의 운용자산 총 합만 2조달러(약 2230조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 행동주의 투자기업 엔진넘버원이 이같은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엔진넘버원은 지난달 엑슨모빌 이사회에 청정에너지에 더 많이 투자하지 않으면 이사진 40%를 갈아치우겠다고 공식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엔진넘버원이 앞서 발표한 경고를 실행에 나서기 시작했다"며 "엑슨모빌이 이사회를 개편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더욱 주력하도록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키는게 목표"라고 보도했다.

엔진넘버원은 "탄소배출량 감축과 수익성을 모두 잡을 수 있도록 엑슨모빌이 신재생에너지에 상당히 투자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엑슨모빌의 주가 움직임이 셰브런 등 여타 에너지기업에 비해 시원찮다는 점을 압박 근거로 들고 있다. 엔진넘버원은 미국 2위 연기금인 ‘큰 손’ 캘리포니아주 교직원연금(CalSTRS) 등의 적극 지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엑슨모빌의 이번 발표가 당장 급한 불을 끄려는 짜깁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엑슨모빌이 발표한 내용엔 새로운 사실이 거의 없다"며 "기존 프로젝트를 모아서 탄소 저감 사업이라고 주장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례로 라바지 가스시설에서 탄소 포획 프로젝트를 벌인다는 내용은 수년 전부터 있었고, 그나마도 작년 코로나19 여파로 사업이 무기한 연기됐다"며 "반면 엑슨모빌은 그간 원유 생산량을 더 늘리는 사업에 투자해왔다"고 보도했다.

엑슨모빌은 2일 실적을 발표한다. WSJ는 "엑슨모빌이 사상 처음으로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엑슨모빌은 작년 3분기엔 6억8000만달러 순손실을 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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