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설 연휴기간에도 ‘5인 이상 집함금지’ 조치를 유지하면서 과도한 규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척끼리는 물론 결혼한 자녀와 부모 등 직계존비속의 만남도 금지되면서, 법조계 일각에선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직계가족이라도 등록 거주지가 다를 경우 오는 설 연휴 기간에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가령 서울에 사는 3인 가족(부부와 자녀)이 고향집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방문하면 1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정부 방침을 어겨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면, 치료비 등과 관련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일부 직장에선 인사상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지난 추석 땐 정부가 이동자제를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할 때, 한층 강화된 조치다.
이같은 행정 조치의 근거 법률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 2항'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 등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와 제례 등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카페나 음식점 등에 일반 다중이 모이는 것과 명절에 친척들이 사적 공간에 모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만약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다중이용시설과 달리 접촉인원 추적 등 역학조사가 쉬울 텐데, 동일한 ‘5인 금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명절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또다른 변호사는 “명절에 가족이 모이는 것은 수천년간 이어져 온 우리의 미풍양속”이라며 “미풍양속 등 사회적 가치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법 규정이 없더라도, 정부가 개인의 자유권을 제한하려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행복추구권, 이동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감염병예방법이란 근거 법률이 있는 만큼 정부 조치에 법적 걸림돌이 없다는 의견도 많다.
시민들과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명절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방역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며 “전국적으로 이동량이 급증할 뿐더러, 코로나19 취약계층인 고령층이 외지인들과 접촉하게 되는 만큼 정부 조치는 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현실적으로 설 연휴 기간 국민들이 방역 지침을 지키는지 집집마다 단속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 해당하는 조치인 만큼, 현재 확진자 규모를 감안할 때 과도하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족 내 감염’이 실제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고, 가족끼리 오랜시간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집에서 함께 식사할 시 감염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일 “이번 주 (확진) 상황을 지켜보고 확실한 안정세에 들어섰다는 믿음이 생기면, 설 연휴 전이라도 추가적인 방역 조치 완화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