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은 아시아 음악의 중심지였다. 전 세계적으로 J팝의 열성 팬이 급증하면서 일본의 음반산업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커졌다. SM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기획사들은 일본의 거대 연예기획사 ‘쟈니스 사무소’의 아이돌 시스템 전반을 앞다퉈 벤치마킹했다. 대성기획이 쟈니스 소속 아이돌 그룹 ‘V6’를 벤치마킹해 젝스키스 멤버들을 블랙키스와 화이트키스의 두 가지 콘셉트로 분리했던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불과 30년 새 세계 음악시장에서 K팝과 J팝의 위상은 완전히 역전됐다.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지난해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차지한 게 대표적이다. 반면 J팝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 일본은 되레 K팝 아이돌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역수입하고 있다.
문화연구 전문가인 진달용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는 J팝이 쇠퇴한 가장 큰 이유로 ‘폐쇄성’을 꼽는다. 일본 음악업계는 지식재산권 보호에 집착해 유튜브와 스트리밍 등 신기술 도입을 극도로 꺼렸다. 음반 판매는 일본 음악업계 수익의 85%가량을 차지하는데, 유튜브로 음원을 공개하면 음반사들의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J팝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반면 K팝은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저작권 침해를 일부 눈감아주면서까지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로 K팝 음원을 확산시켰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거둔 성공도 유튜브에 공개한 뮤직비디오 덕분이었다. 쟈니스는 2018년에야 유튜브 계정을 개설했다. 김숙영 미국 UCLA 교수는 “K팝의 세계적인 인기는 유튜브 문화 확산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K팝 기획사들은 뮤지션 발굴·육성은 물론 해외 댄스학원까지 직접 찾아가 재능 있는 외국인을 스카우트하는 등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