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제조기업인 플래티넘크래프트맥주(대표 배문탁)가 중국 산둥성 옌타이 공장을 청산하고, 국내에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배문탁 대표는 1일 충남 예산 신소재일반산업단지 1만6500㎡에 2023년까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장(연간 생산량은 4000만L)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총 투자 금액만 350억원에 이른다.
배 대표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단을 내린 데는 지난해 개정된 주세법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맥주에 대한 세금이 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종가세에서 생산량에 따른 종량세로 바뀌면서 이전보다 20% 이상 싸게 수제맥주를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배 대표는 2011년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 2017년에는 충북 증평에 수제맥주 제조시설을 추가 설치했다. 하지만 주세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맥주를 팔수록 만성 적자 구조였다. 그간 낸 세금만 500억원, 시설 투자비용은 250억원에 달한다.
배 대표는 지난해 편의점과 백화점, 슈퍼마켓 체인 등 3만여 곳에 수제 캔맥주를 공급해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증평 공장에 외부 숙성탱크 10개(용량 2만5000L)와 전자동 패키징 장비를 도입해 분당 9000개까지 생산 물량을 늘렸다.
제품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유명해졌다. 감성적인 그래픽으로 제품을 디자인한 것도 한몫했다. 가로등과 빌딩숲, 남산타워 등 직장인들의 삶을 위로하는 이미지를 부각시켜 인기를 얻었다. 유명 웹툰작가와 협업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호랑이 캐릭터를 넣은 순한 맛(알코올 도수 4.7%) 수제맥주도 지난해 출시했다.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인디언 페일에일(IPA)의 쓴맛을 부드럽게 만든 버전으로, 출시와 동시에 30만 개가 팔렸다.
이 회사는 라거 효모를 사용하는 대형 맥주공장과 달리 특화한 에일 효모를 발효해 여섯 가지 수제맥주를 만든다. 맥주는 맥아, 홉, 효모를 사용한다. 이 중 향과 맛을 내는 필수 원재료인 홉을 일반 맥주보다 3~10배까지 더 넣는다. 가격이 비싸지만 향을 진하고 풍부하게 내기 위해서다.
회사는 지난해 5억원의 첫 흑자를 냈다. 배 대표는 “예산 공장이 가동되면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평=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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