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국회부터 여야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관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이려 하자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여야 협상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민주당은 각종 입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매듭짓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 의원들은 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161명은 정당과 정파의 구별을 넘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법농단 헌법위반 판사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탄핵소추안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낙연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대거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리며 사실상 ‘당론 발의’의 성격을 띠게 됐다.
임 판사는 법원행정처 요구에 따라 판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당초 법관 탄핵에 대해 ‘무리수’라며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4·7 서울·부산 보궐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가 거세지며 결국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에서는 임 판사에 대한 탄핵이 의석수를 앞세운 여당의 ‘사법부 장악’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여당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법관들을 향한 위협이자 보복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직 부장판사들도 이날 범여권의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SNS에 “법원이 여권에만 유리한 판결을 했어도 법관 탄핵을 추진했겠냐”며 “탄핵이라는 법적 수단으로 압박하는 것이 법관 독립에 더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2월 임시국회의 파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일명 ‘코로나 돈풀기 3법(영업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을 비롯해 ‘사회적 경제 5대 법안(사회적경제기본법·사회적가치기본법·마을기업육성법·신용협동조합법·서민금융지원법)’ 등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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