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광복 당시 발전소의 90%가 북쪽에 몰려 있었다. 일제가 건설한 수풍댐 등 압록강 일대의 수력발전만으로 한반도에 필요한 전력의 85%를 충당했다. 황해도 겸이포제철소와 함경남도 흥남비료공장 등 주요 산업시설을 가동하고도 전기가 남았다.
분단이 굳어지기 직전인 1948년 5월 북이 갑작스레 송전을 중단하자 암흑천지가 된 남쪽에선 비명이 터졌다. 인천항의 미국 해군 발전선 덕에 가까스로 긴급 전력을 해결했다. 북한은 1970년대 소련·중국의 지원으로 화력발전소를 더 늘렸다. 평양 지하철(1973)과 컬러TV 방송(1974)도 남한보다 먼저 개통했다.
남북한의 발전량이 역전된 것은 1975년부터다. 이후 남북 격차는 갈수록 커졌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따르면 2019년 북한의 총 발전설비 용량은 8150㎿로, 남한(12만5338㎿)의 6.5%에 불과하다. 총 발전량은 남한의 4.2% 수준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위성사진에서도 남한의 불야성과 북한의 암흑이 대조를 이룬다.
탈북자들은 “북한 전력 사정이 1970년대보다 나쁘다”고 전한다. 농촌에선 하루 3~4시간밖에 쓰지 못할 정도다. 김정은이 해마다 전력 문제 개선을 강조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북한 전력의 60%를 담당하는 수력발전은 가뭄과 겨울철 갈수기 등 기후에 큰 영향을 받아 생산 안정성이 낮다. 그런데도 중소 수력발전소 건설에 노동력을 집중 투입해 취약성을 가중시켰다. 어렵사리 생산한 전기를 보내는 송배전망도 허술해 전압이 불안정하고 고장이 잦다.
설비 노후화는 더욱 심각하다. 수력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탓에 시설이 열악하다. 화력발전소도 설비의 83%가 50년 이상 된 ‘고물’이다. 생산성과 효율이 높을 리 없다. 북한이 2019년 2차 미·북 정상회담 실무협상에서 전력 지원을 강하게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전력난 해결을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충에 나섰다지만 이 또한 소득이 없다. 이런 배경에서 불거진 정부의 ‘북한 원전 지원’ 의혹으로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저잣거리에서도 온갖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박완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빗대 “그 많던 북한 전기는 어디로 갔나”라고 누군가 묻자 모두가 입을 모은다. “핵무기한테 물어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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