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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투자 '꿈의 항암제' 결실 맺은 녹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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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녹십자 계열 세포치료제 개발회사인 GC녹십자랩셀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일부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NK 기술에 도전한다는 걸 높이 샀지만, 대다수는 “변방의 자그마한 회사가 도전하기엔 너무 큰 목표”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약업계에서도 “그런 최첨단 기술이 설마 한국에서 나오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많은 사람이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던 CAR-NK 기술 개발을 녹십자랩셀이 현실로 만들었다. 29일 미국에 세운 계열사 아티바테라퓨틱스와 함께 개발한 CAR-NK 플랫폼 기술을 미국 MSD에 18억6600만달러(약 2조900억원)를 받고 수출한 것이다. 시장에선 “CAR-NK 치료제 부문 최강자인 미국 페이트가 얀센에 기술이전한 조건(3조3000억원)에 버금가는 ‘빅딜’”(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란 평가가 나왔다. 국내 제약사가 2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술수출을 한 건 한미약품(2015년 당뇨치료제)과 알테오젠(2020년 피하주사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녹십자랩셀이 수출하는 건 세포 배양 등 CAR-NK 플랫폼 기술이다. MSD는 이 기술을 토대로 아티바와 3개 고형암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녹십자랩셀은 전체 수출금액의 절반인 9억8175만달러(약 1조980억원)를 받는다. 나머지 절반은 아티바에 귀속된다. 아티바 지분을 각각 19.7%와 10.2% 보유한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랩셀은 배당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CAR-NK는 건강한 사람의 피에서 추출한 선천성 면역세포의 일종인 자연살해(NK)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암세포와 결합하도록 만든 뒤 환자 몸속에 투입하는 방식의 항암제다. 또 다른 면역세포인 T세포를 조작하는 CAR-T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등 장점이 많지만, 개발 난도가 높다. CAR-T 치료제 3개가 판매허가를 받았지만 CAR-NK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이유다.

제약업계는 녹십자랩셀이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린 비결로 시장 트렌드를 읽는 눈,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은 장기 투자, 글로벌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 등 세 가지를 꼽는다.
플랫폼 기술 수출…적용분야 무궁무진
실제 그랬다. GC녹십자랩셀은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CAR-NK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열릴 것으로 판단, 2014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세계적으로 CAR-T조차 상용화되지 않았던 때였다. 첫 CAR-T 치료제인 킴리아는 3년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2009년부터 NK세포를 연구해온 결과 CAR-NK 개발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현대차가 차세대 자동차인 수소차 개발에 집중하듯이 녹십자도 CAR-T를 건너뛰고 CAR-NK에 올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 호흡을 갖고 연구개발에 매진한 것도 한몫했다.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7년 넘게 불확실성에 투자한 경영진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2조원대 기술수출은 어려웠을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녹십자랩셀은 이번 계약을 성사시킨 기술 개발에 200억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백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쓰는 건 국내 제약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기술수출 성공을 이끈 마지막 열쇠는 2019년 미국 계열사 아티바를 세운 것이다. 국내에서 모든 연구를 수행한 뒤 기술을 넘길 해외 파트너를 찾는 다른 제약사와는 완연히 다른 행보였다.

아티바 연구진은 페이트, 벨리쿰 등 글로벌 바이오 기업에서 비슷한 업무를 수행한 전문가로 구성했다. 그래야 향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고 공동연구를 수행할 때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수출 대상이 특정 신약 후보물질이 아닌,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인 만큼 수출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김우섭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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