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 여자친구 아버지를 흉기로 11차례 찔러 살해한 30대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피해자 가족 고통…원심 형량 적절"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성주)는 29일 살인, 살인 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2)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귀한 가치"라며 "살인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고 피해를 본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그날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해 6월17일 오후 9시께 전북 정읍시 산내면 한 주택에서 전 여자친구 아버지인 B씨(67)의 가슴과 목을 흉기로 11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전 여자친구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B씨에게 재교제 허락을 받기 위해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았다. 그러나 B씨가 A씨에게 모욕적 말을 하고 자신의 딸과 다시 만나는 것을 반대하자 격분한 A씨는 차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 B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으며 B씨 아내와 전 여자친구도 흉기에 찔려 큰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A씨는 범행 뒤 스스로 목과 손목을 흉기로 그어 자해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당시 틱장애와 분노조절장애,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렸을 때부터 틱장애를 가지고 있어 마음에 상처가 있었던 점, 피고인의 가족이 피해 회복을 위해 5000만원을 공탁한 점, 피고인이 반성하고 초범인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그러나 양형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들과 범행 정황 등에 비춰보더라도 원심의 형은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