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공개적으로 반도체 부문에서 인수합병(M&A) 계획을 밝혔다. 수년간에 걸쳐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던 만큼 3년 안에 의미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장(사장)은 28일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열린 전화회의(컨퍼런스콜)에서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M&A 대상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왔고 많은 준비가 진행된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사장은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로 실행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지금 준비해온 것을 토대로 향후 3년 내로 의미 있는 규모의 M&A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최근 M&A를 추진하지 않아 보유 현금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지속적인 현금 증가는 회사 경영에서도 부담이 된다"며 "이번 주주환원 정책 기간(2021~2023년) 내에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통주 기준 주당 354원에 특별배당 1578원을 추가, 주당 1932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임직원들과 협력회사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열심히 노력해 특별 배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유하고 있는 재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략적 시설투자 확대와 M&A를 추진하는 한편 ESG와 준법 등 분야에서도 성과를 이뤄 주주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인텔의 외주 위탁생산 확대 시사가 삼성전자에 어떤 의미냐'는 질문엔 "고객사와 관련한 답변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텔 아웃소싱 확대는 위탁생산 시장 규모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으로 HPC 수요 등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 등 미국 투자 관련해서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고객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 여부는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화성, 기흥, 평택을 포함해 미국 오스틴까지 전 지역을 대상으로 사이클 최적 활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부문별 사업 현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메모리 부문을 두고선 "D램 빗그로스(출하성장)은 지난해 4분기 10%선이었고, 평균판매단가(ASP)는 한 자릿수 후반 감소했다"며 "올 1분기에는 한 자릿수 수요 감소가 예상되고, 당사는 시장을 소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버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고, 수요가 견조할 것 같다"며 "올 2분기부터는 신규 서버 CPU가 나오면서 서버는 견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모바일도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서 5G 채용이 중저가폰으로도 확대되며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고 했다.
반도체 '빅사이클'과 관련해선 "주요 응용처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D램 ASP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여전히 코로나19 등 불확실성이 산재하기 때문에 2017~2018년처럼 빅사이클이 올 것인 지에 대해선 신중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별화된 공정 기술로 격차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낸드에 이어 D램에서도 차세대 기술을 먼저 선보였다는 질의에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올해 멀티스텝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10나노급 4세대(1a) D램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며 "DDR5 D램은 주요 칩셋업체와 협력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고, 양산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7세대 제품은 더블스택을 처음으로 적용할 예정으로 업계 최고 높이가 될 것"이라며 "싱글스택 노하우로 멀티스택을 도입해도 탁월한 원가경쟁력을 지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운드리와 관련해선 "모바일 5G칩 및 센서 수요 증가 지속과 함께 주요 거래선의 HPC용 칩 수요 확대로 4분기 파운드리 사업은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올해 1분기는 수요 강세가 지속되며 공급부족 이슈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7나노 수요 강세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3나노 개발로 주도권 확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전력 절감을 실현, 탄소 절감 극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DP) 부문에선 "지난해 4분기 DP 부문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매출 비중은 80% 중반을 차지했다"며 "OLED 매출은 50% 초반 성장했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러면서 폴더블 제품군의 경우 시장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 외에 고객사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 플립·폴드형 폴더블폰 외 신규 기술을 우선 채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무선 사업과 관련해선 "지난해 4분기 무선 제품 판매량은 휴대폰 6700만대, 태블릿 1000만대"라며 "올해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증가하나 태블릿은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대전화 판매량에선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초반이며 올 1분기에도 이를 유지할 것"이라며 "ASP는 태블릿 포함 205달러로,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모바일 시장은 화웨이 제재 이후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맞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기저 효과, 5G 수요 증가 등으로 상승 모멘텀이 있다"며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모바일에도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서 이를 주의깊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폴더블폰 대중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갤럭시Z폴드, Z플립 라인업을 강화해 슈퍼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폼팩터 디자인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용성과 편의성이 확보되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5G 네트워크 사업은 꾸준히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 C-밴드 경매를 시작으로 올해도 4분기 인도 등에서 주파수 경매가 재개되면서 사업기회가 전망된다"며 "5G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들과 5G 트라이얼을 진행하고 있고 중남미 유럽 등에서도 신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업을 두고선 올해 글로벌 가전 수요는 전년 대비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맞춰 온라인 마케팅 활동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TV시장은 코로나 영향에 따른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TV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한 자릿 수 초반 성장했지만 올 1분기엔 20%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4분기 9조470억원의 영업이익과 61조55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른 지난해 연간 매출은 236조8100억원, 영업이익은 35조9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이익이 35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과 2017년, 2018년 이후 네 번째다. 매출은 역대 세 번째로 높았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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