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전화통화는 시점과 내용 면에서 따져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발표 내용부터 청와대와 중국 측이 달랐다. 청와대 브리핑은 시 주석의 방한과 비핵화 논의가 주요 내용이었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고, 시 주석은 “비핵화 실현은 양국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측은 비핵화와 시 주석 방한은 언급하지 않은 채, 양국의 동반자 협력 관계와 문 대통령의 중국 칭찬 발언을 중점 부각시켰다. 전형적인 ‘동상이몽’이다.
집요한 사드 보복 등 양국 간 현안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두 정상이 소통하는 것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상 통화의 발표내용이 이렇게 다르면, 한국 정부가 또 헛물을 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통화에서 중국이 노리는 목적은 명확하다. 시점부터 그렇다. 조만간 이뤄질 한·미 정상 간 통화에 앞서 민감한 시기에 성사됐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번 통화는 시 주석 요청으로 이뤄졌다.
시 주석의 메시지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동맹국들과 협력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정책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의 한·미 동맹 갈라치기 전략이란 분석마저 나온다. 그런 마당에 “중국의 지위와 영향력은 날로 강해졌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방한에 매달리는 듯한 모양새도 적절치 못하다. 우리 정부는 2019년 초부터 시 주석의 방한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시 주석 방한을 외교카드로 활용해온 인상이 짙다. 특히 미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을 때 그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이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인지도 짚어봐야 한다. 소통·협력을 외치면서도 5년 가까이 끌어온 한한령(限韓令)을 풀지 않고 있다. 툭하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다. 최근엔 중국 군함들이 백령도 인근 40㎞ 해역까지 들어왔다. 서해를 내해(內海)화하려는 이른바 ‘서해공정’에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다. 중국의 이런 이중성에 휘둘려 자칫 한·미 동맹에 금이 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중국에 대해선 할 말을 하고 따질 것은 따지는, 분명한 외교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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