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다시 총파업에 나선다. 여기에 남부 지방 공항 근로자들도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자칫 설을 앞두고 택배 대란과 항공교통 대란이 동시에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택배노조 "택배사, 합의 파기 반복…총파업 선포"
택배노조는 27일 총파업 돌입을 발표했다. 택배 노사가 분류작업을 택배사의 책임으로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사회적 합의를 한 지 6일 만이다.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택배사들의 합의 파기가 반복되고, 이를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분류작업은 택배사 업무라는 합의문 문구는 장시간 무임금 노동으로 무려 28년간 부당하게 전가돼왔던 분류작업에서 택배 노동자들을 해방시켜 준 것"이라며 "택배 노동자들은 이번 사회적 합의에 매우 큰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실제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는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택배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21일 택배업계 노사와 정부·여당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 기구는 분류작업을 택배기사에게 전가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과로사 대책 1차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택배사는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자동화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택배사, 대리점이 분류전담인력을 투입하거나 분류작업을 수행하는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택배사들이 지난해 10월 당시 자체 발표힌 분류인력만 투입한 뒤 더 이상의 인력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당시 CJ대한통운은 4000명, 롯데와 한진택배는 각각 1000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이 투입 계획은 사회적 합의문에 명시된 대로 택배 노동자 개인별 택배 분류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택배 노동자에게 분류작업을 전가하는 것이자 과로사의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같은 행위가 어떻게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냐"면서 "택배사들은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대책으로 여전히 일관하고 있고, 택배 노동자들은 또다시 죽음의 행렬을 목도할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이제는 더 이상의 혼란이 없도록 원청 택배사 대표가 노조 대표와 직접 만나 노사 협정서를 체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노조는 택배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하기 위해 사회적 총파업을 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남부권 공항도 파업 '노란불'
택배 뿐만 아니라 제주, 김해, 광주, 울산, 포항 등 남부권 공항 10곳에도 파업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중 남부권 공항 10곳을 담당하는 남부공항서비스 소속 근로자들이 총파업을 위한 준비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이다.남부공항서비스 노조는 다음달 1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영호남 지역 10개 공항 근무자들로 구성된 남부공항서비스 노조는 전체 직원의 70%인 1000명 가량이 조합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된 인력들이기도 하다. 이번 투표에서 가결되면 설 연휴 전날인 다음달 10일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처우개선과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컨베이어 벨트, 통신 등 공항 관리 핵심 분야 종사자들이 대부분 조합원인 만큼 파업이 결정되면 인파가 몰리는 시기인 설 연휴 항공 교통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항공기 운항에 영향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