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여파 등으로 미국의 주택 거래량이 작년에 14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 가격 역시 역대 가장 높았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주택 거래량(기존 주택 기준)은 총 564만 건으로, 전년 대비 5.6% 늘었다. 2006년의 648만 건 이후 14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기존 주택 거래는 미국 전체 주택시장의 90%를 차지한다.
기준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대출 금리 역시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주택 구입 수요가 급증한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재택근무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30년 만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금리는 지난주 연 2.77%에 그쳤다. 1년 전의 연 3.6%보다 훨씬 낮다.
특히 주택 거래량이 갈수록 늘어 작년 12월엔 연환산 기준으로 676만 건이나 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2% 급증한 수치다.
수요가 급증한 데 반해 매물이 많지 않으면서 작년 12월의 기존 주택 중위가격은 30만9800달러로 기록됐다. 1년 전보다 12.9% 급등한 가격이다. 역대 최고치였던 작년 10월(30만3000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전국 매물은 107만 채로, 1년 전 대비 23% 감소했다.
가격이 급등했으나 부실화 위험은 높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여러 경제학자 진단을 인용해 보도했다.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2006년보다 훨씬 까다로워진데다 주택 공급량은 당시보다 더 적기 때문이다.
로런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웃고 있지만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좌절감을 맛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그 던컨 패니메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수요가 다 충족되지 않았다”며 올해 집값이 추가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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