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의 부탁을 받고 2년 넘게 맡아 키우던 어린아이의 뺨을 때리고, 연필과 젓가락으로 얼굴을 찌르는 등의 학대를 한 50대 부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피해 아동, 상황 일관되게 진술…재판부 "모두 유죄"
탈북민인 이 부부는 아동학대 혐의를 일부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당시 상황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을 들며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춘천지법 형사3단독 정수영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53·여)와 사실혼 배우자인 B씨(55)에게 각 징역 6개월과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정수영 부장판사는 두 사람에게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2017년 당시 6세였던 C양 친모의 부탁으로 그해 3월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C양을 양육했다.
A씨는 이듬해 여름께 C양이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혼내면서 우유와 간식 등이 든 비닐봉지로 입을 때리고, 저녁 식사 중 C양이 계속 TV를 보자 젓가락으로 왼쪽 눈썹 부위를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6월 C양이 또 늦게 귀가하자 나무 주걱으로 얼굴과 팔을 때렸고, 나무 주걱이 부러지자 효자손으로 머리 등을 여러 차례 때렸다. 이외에도 문제를 풀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문지를 말아 때리거나 연필 뒷부분으로 얼굴을 찌르기도 했으며, 수학 문제를 틀리자 얼굴에 문제집을 던지기도 했다.
B씨는 2019년 9월 A씨로부터 '거짓말을 했으니 혼을 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C양의 뺨을 때리고, C양이 넘어지자 주변에 있던 의자로 머리를 때린 뒤 팔을 들고 벌을 서게 하는 등의 학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수영 부장판사는 "A씨는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아동을 학대했으나 전반적으로 피고인들의 아동 학대 정도가 중하지는 않은 점, 피해 아동이 문제 행동이 있었고 피고인들이 탈북민으로서 훈육 목적에서 다소 과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