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는 반세기만에 서울 강남권에서 추진되는 가장 큰 규모의 개발사업이다. 사업비 2조2280억원을 들여 송파구 잠실동 잠실운동장 일대 33만여㎡에 코엑스 3배 크기의 전시장과 회의시설, 스포츠콤플렉스, 야구장과 수영장, 마리나, 900실 규모의 호텔, 문화·상업시설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이 사업은 지난해 5월 사업추진 3년 반 만에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타당성조사도 통과했다.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정책과 관계자는 “민투심의는 필요할 때 언제든 열 수 있다”면서도 “오는 1분기(1~3월) 안에 올해 민간투자사업계획 논의를 위해 열리는 위원회에서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심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에 따른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강남구 대치동과 청담동, 삼성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한때 잡히는 듯 했던 강남 집값은 최근 매수세가 몰리면서 최고가를 경신,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풍선효과로 도곡동과 개포동, 역삼동 등 인근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 사업이 강남 집값에 발목이 잡힌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서울시가 타당성평가를 의뢰할 당시에도 강남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면서 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정부 타당성평가는 의뢰한 지 2년이 지난 2020년 5월에야 결과가 나왔다. 당시 업계에선 강남권 집값 상승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사업추진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중 사업시행자(제3자) 공고를 시작, 올 3월 안에 50년 운영수익권을 가져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고와 자체 재정기획심의 지연으로 일정이 늦춰졌다. 여기에 정부 민투심의까지 연기되면서 준공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춰질 전망이다. 정부가 내놓을 25번째 부동산정책에 대한 시장반응과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추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 동남권사업과 관계자는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단지는 삼성동 코엑스 일대 현대차그룹의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와 함께 동남권에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확정된 사업”이라며 “더이상 계획을 늦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정부와 차기 민투심의 일정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