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가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12월 임기를 마치고 후임이 사실상 정해졌는데도 '상부'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개각 대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탓에 산하기관장 임명도 늦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 중 지난해 12월 임기가 만료된 곳은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한국폴리텍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모두 4곳이다. 국무총리실 소속이긴 하지만 밀접 유관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임기도 지난 16일 끝났다.
김동만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후임은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연구원 출신으로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로 20년 넘게 재직한 고용노동 전문가다.
2017년에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2018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16.4% 올리는데 '총대'를 멨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의제별위원회인 '양극화 해소와 고용 플러스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자리에는 조재희 전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이 출사표를 냈다. 이 이사장도 연임을 희망하며 지원서를 내 양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해 12월19일까지였는데, 한국폴리텍대 임원추천위원회는 12월 1일 신임 이사장 초빙 공고를 냈다.
통상 이사장 초빙 공고를 냈다는 것은 이사장 교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재임기간 고용부의 숙원과제였던 폴리텍 교과과정 개편 등 공로가 있는 현 이사장이 "기술 교육 혁신"을 외치며 연임을 강하게 희망하자 고용부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누가 유력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복수의 후보자가 추천돼있고 장관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종란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후임에는 장애인관련 협회 출신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두용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1987년 공단 설립 이래 처음으로 1년 연임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 조직 확대 '특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총리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인 노동연구원 차기 원장은 고용부 장관 입각설이 파다했던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기관의 차기 '선장'이 정해졌음에도 청와대의 임명이 늦어지면서 일부 기관에서는 노동조합의 막판 인사 요구 등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한 공공기관장은 "연말연초 인사철이 끼어있는 탓에 임기와 상관없이 인사를 단행하라는 요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곧 떠날 사람이 조직개편을 포함한 인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장 인사가 일러야 내달 초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 부처별 산하기관장 인사가 아닌 전체 공공기관 중 기관장 임기가 만료된 22곳을 한꺼번에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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