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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소리' 나는 상속·증여세…5년간 쪼개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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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세 연납 신청하고 감면 혜택 받으세요.”

연초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시민들에게 안내하는 내용이다. 1년에 두 차례 나눠 내는 자동차세를 한꺼번에 미리 납부하면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이다. 세수 조기 확보와 성실납세를 유도하기 위해 지자체가 고안한 방식이다.

반면 금액이 상대적으로 큰 상속세,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은 자동차세와는 정반대 방식으로 납부할 수 있다. 소정의 이자를 내면 세금을 쪼개서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금이나 각종 부담금은 한꺼번에 내는 게 유리할 수도 있고 반대로 자신의 자금 사정에 맞게 분납을 할 수도 있다”며 “세금을 내기 전에 미리 일시납의 혜택, 분납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동차세 연납 시 2.5~9.15% 감면 혜택
우선 여러 차례 나눠 징수하는 세금을 한꺼번에 미리 내면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자동차세가 대표적이다. 자동차세는 통상 매년 6월과 12월에 나눠 납부하는데, 1월에 한꺼번에 1년치 자동차세를 몰아서 내면(연납) 9.15%를 감면해준다. 작년까지는 10%를 감면해줬지만 올해부터는 지방세법이 개정돼 1월분을 제외하고 2~12월분 자동차세의 10%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자동차세 연납은 1월뿐 아니라 3월, 6월, 9월에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소급 적용이 되지 않다 보니 언제 연납을 신청하느냐에 따라 감면율이 달라진다. 예컨대 3월에 신청하면 7.53% 감면받을 수 있지만 6월에는 5%, 9월에는 2.5%로 줄어든다. 이왕 연납을 할 거면 1월에 신청하는 게 가장 이득이다. 올해는 1월 마지막날이 일요일이기 때문에 2월 1일까지 각 지자체에 신청하면 된다.

행정안전부 지방세통계에 따르면 2019년 자동차세 총 세액은 1조7200억5909만원이었다. 이 중에서 연납 혜택 등을 비롯한 각종 공제액은 2202억7190만원이었다.

자동차세를 연납한 뒤 그 해에 다른 시·도로 이사하더라도 새 주소지 관할 지자체에 자동차세를 새로 내지는 않는다. 자동차세 연납 후 자동차를 폐차하거나 양도하면 사용 일수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만큼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사람은 자동차세를 3월, 6월, 9월, 12월 네 차례에 걸쳐 4분의 1씩 분할해 납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별도 혜택이나 가산금은 없다. 노후 경유차 소유자 등에게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 역시 연납을 하면 유리하다. 매년 3월과 9월에 납부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1월에 일시 납부하겠다고 신청하면 10% 공제를 받을 수 있다. 3월에 일시 납부를 신청하면 5% 공제를 해준다.
상속·증여세는 5년간 나눠낼 수 있어
이와 반대로 세금을 쪼개서 납부할 수 있는 제도도 있다. 상속·증여세는 5년간 나눠 내는 ‘연부연납’ 제도가 있다.

통상 상속세는 신고·납부 기한이 부모의 사망 등 사유 발생일이 속한 달의 월말부터 6개월 이내다. 증여세는 증여일이 속한 달의 월말부터 3개월 이내다. 하지만 상속·증여세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하면 신고·납부 기한 내에 6분의 1만 먼저 내고 나머지는 5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연부연납 시에는 연 1.8%의 가산금(이자)이 붙는다.

작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은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총괄사장이 증여세를 5년간 나눠 내기로 한 것이 바로 이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작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이 내야 할 상속세가 11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연부연납 제도는 다시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다만 모든 사례에서 상속·증여세의 연부연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내야 하는 세금이 2000만원을 넘고 1회에 납부하는 세액이 최소 1000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보험증권, 부동산, 주식 등 납세담보물도 제공해야 한다. 담보 가액은 세액의 1.2배 이상이어야 한다. 예컨대 100억원의 상속세를 연부연납하려면 120억원 이상의 납세담보물건을 제공해야 하는 셈이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은 증여세 연부연납을 위해 각각 이마트 주식 140만 주와 신세계 주식 50만 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내야 할 상속세나 증여세가 1000만원을 초과할 때는 신고·납부 기한이 지난 후 2개월 내에 분할해 납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연부연납을 허가받은 경우 분납은 허용되지 않는다. 납부할 세액이 1000만원 초과 2000만원 이하일 때는 1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2000만원 초과일 때는 그 세액의 50% 이하 금액을 나눠 낼 수 있다.
가업상속은 상속세 10~20년 분납 가능
중소·중견기업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상속세를 10년 또는 20년에 걸쳐 나눠 내는 것도 가능하다. 가업상속 특례 제도 때문이다. 다만 사업용 자산에 한정되는 혜택이다. 업무 무관 자산에 대해서는 5년의 연부연납만 가능하다. 또 상속받은 사업을 폐업하거나 해당 상속인이 그 사업에 종사하지 않게 된 때에는 연부연납한 세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부동산 가격 급등 등으로 상속세 부담이 커지면서 상속세의 연부연납이나 분납을 신청하는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1728건이던 상속세 분납 신청 건수는 매년 증가해 2019년 2745건으로 4년 새 58.8% 늘었다. 신청 세액 규모도 같은 기간 3549억6400만원에서 4761억1800만원으로 34.1% 증가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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