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보유한 미국 골프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가 열린다. ‘슈퍼루키’ 김주형(19)이 올해 첫 출전 대회로 선택한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달러)다. 김주형은 21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서 자신의 PGA 투어 최고 성적인 톱10 진입에 도전한다. 김주형 외에 임성재(23) 안병훈(30) 강성훈(34) 김시우(26) 이경훈(30) 노승열(30)도 출전해 시즌 첫 승을 노린다.
대회가 열리는 PGA웨스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이다. 6개 코스 108홀로 꾸려진 이곳의 코스는 잭 니클라우스, 그렉 노먼, 톰 아이스코프, 아널드 파머, 피트 다이 등 골프의 전설들이 참여해 조성됐다. 1986년 이후 일곱 번이나 PGA투어 시드전 최종예선이 여기서 치러진 이유다.
유신일 한국산업양행 회장(사진)은 지난해 2월 골프장 위탁업체 센추리골프파트너스와 손잡고 이곳을 인수했다. 유 회장은 “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PGA웨스트가 동양인에게 넘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분위기였지만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인수를 마무리했다”며 “2019년 PGA투어 조조챔피언십 프로암 행사 때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는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다가와 축하해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보유한 미국 골프장에서 PGA투어 대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 회장은 미국과 일본에 25개 골프장을 보유한 ‘골프왕’이다. 보유한 홀 수가 522개로, 한국인 가운데 가장 많은 골프코스를 갖고 있다. 나라별로 골프장의 가치는 천차만별이지만, 홀당 약 50억원만 잡아도 자산 규모는 2조5000억원을 훌쩍 넘어간다.
평소 취미로 즐기던 골프와 관련된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유 회장은 1988년 한국산업양행을 설립했다. 그가 향한 곳은 100년 전통의 코스장비 브랜드인 바로네스. 골프장 관리 사업에 주목한 그는 일본 본사에 다섯 번을 찾아가는 정성을 들여 결국 사업권을 얻었고, 국내 골프장 코스 관리를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
골프장 사업 진출은 우연히 시작됐다. 한국의 곤지암CC와 자매결연을 맺을 때 도움을 줬던 일본 요네하라CC가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 유 회장은 “일본의 민사재생법을 이용해 부채를 95% 탕감할 수 있으니 인수해보라고 한 것이 골프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라며 “요네하라를 시작으로 사업을 키우다 보니 일본에 9개, 미국에 16개 코스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 있는 동안 골프장을 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세계 최고 선수들이 절정의 실력을 선보일 수 있도록 코스 관리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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