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20개 사업그룹 안에 ‘디지털 혁신 전담관’을 배치하는 등의 ‘디지털 매트릭스’를 만드는 조직개편을 한다. 빅테크(대형 IT 기업)와 핀테크의 공세에 대응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미래형 디지털뱅킹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에도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다음주 20개 사업그룹 각각에 ‘디지털 혁신 랩(DI랩)’을 만들고, 사업그룹 내 디지털 전문가를 일종의 혁신 전담관인 ‘DI랩장’으로 선임하는 조직 개편 및 인사 발령을 낼 예정이다. 사업그룹은 부행장급 인사가 장(長)을 맡아 은행의 여신, 경영기획, 신탁 등 은행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 단위다. 각각의 그룹에 일종의 ‘전담관’을 배치해 ‘씨줄과 날줄’로 디지털 전환(DT)을 챙기겠다는 게 신한은행의 복안이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전략이나 전산 개발을 맡는 전담 부서만이 사업을 챙기는 기존 체계로는 ‘혁신의 속도’가 모자라고, 전사적 디지털화도 늦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DI랩장은 각 그룹 내에서 디지털 관련 업무의 기획과 실행을 맡고, 디지털 실무 총괄부서인 디지털전략부 등과 소통하는 역할도 한다.
은행 내 디지털사업의 ‘헤드타워’인 기존 DT위원회는 진옥동 행장(사진)이 직접 맡는 ‘DT전략 위원회’와 올초 새로 선임된 전필환 부행장(CDO·최고디지털책임자)이 이끄는 ‘DT운영위원회’로 나눴다. 진 행장은 디지털 사업의 의사결정을, 전 부행장은 실행을 전담한다는 설명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DI랩장들은 은행 내부의 혁신 속도를 높이는 첨병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 이날 미래형 디지털뱅킹 시스템 구축을 위한 ‘더 넥스트’ 사업에 향후 42개월간 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은행 전산 시스템으로는 비대면 금융과 관련된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보고, 관련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지난해 말 연임되면서 2년의 임기를 받은 진 행장이 디지털 승부수를 꺼내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더십이 안정된 이후 최고경영자가 디지털 관련 혁신 기반을 만들고, 긴 호흡으로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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