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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의 독서공감] 지치는 것마저 지친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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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얗게 불태웠어.”

매일 밤 퇴근 후 가방을 침대에 던지며 혼잣말로 되뇐다. 온몸을 불사르는 정신으로 일했다. 다음날을 위한 연료와 땔감을 채워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다. 번아웃이라는 용어는 1974년 미국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처음 사용했다. 당시만 해도 대중화한 단어는 아니었지만, 이젠 생활에서 흔하게 쓰이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몸과 마음 모두 극심한 만성피로에 시달린다는 방증일 것이다.

삶의 에너지와 에너지원이 모두 고갈돼 번아웃에 시달리는 사람을 위로하는 신간 3권이 나왔다.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창비)는 정신건강 전문의인 안주연 작가가 의료 현장에서 경험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번아웃에 다각도로 접근한 책이다. ‘겨우 이런 일로 힘들어해도 될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피로의 자격이나 기준은 없음을 강조하며,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휴식을 방해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 직장 문화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우리는 이미 온 힘을 다 쓰고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인데도 휴식과 재충전에 시간을 쏟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한다. 퇴근 후에도 온전히 쉬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업무를 계속 생각하거나,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대인관계에 지나치게 감정적 에너지를 쏟다 보면 결국 완전히 탈진해 우리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나에게》(나무와열매)는 간호사로 일한 장재희 작가의 번아웃 극복기다. 저자는 주위 사람들을 돌보느라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에 대해선 무관심하게 일상을 보내다가 번아웃을 겪었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여행을 택했다. 저자는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줄어들었고, 컨디션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자연에 감정을 흘려보낼수록 가벼워졌고, 자연에서 치유를 받을수록 조금씩 생기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단 한 사람이라도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삶을 통해 아픔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며 번아웃을 함께 이겨나가자고 강조한다.

《우린, 조금 지쳤다》(포르체)는 정신건강 전문의인 박종석 작가가 번아웃 증상과 치료법을 설명한 책이다. 삼성전자 부속의원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던 저자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도심의 많은 현대인을 만났고 상담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되지 않을 자유를 누릴 때 우리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그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번아웃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특히 잘 찾아오는 증상이다. 그러니 번아웃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나 되새김질로 시간을 채우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스트레스를 견뎌낼 회복력을 높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상사의 막말, 고객의 갑질 등 외부적 스트레스는 아무리 노력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변수인 ‘나’에게 집중하고, 자신만의 방어기제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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