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빚내서 투자)’가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액은 20조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연초 급등한 코스피지수가 3100선에서 횡보하는 조정 국면에 접어들자 반대매매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반대매매가 전반적인 증시 위축을 이끌 확률은 낮지만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반대매매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액은 21조2637억원으로 작년 말(19조2213억원)보다 2조원 이상 늘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신용잔액률 평균은 1.88%에서 1.98%로 높아졌다. 코스닥은 신용잔액률이 더 높았다. 신용잔액률 평균이 같은 기간 3.22%에서 3.34%로 상승했다.
신용잔액률은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 수를 전체 발행 주식으로 나눈 것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증시 하락기에 낙폭이 더 커질 확률이 높다. 코스닥시장에서 신용잔액률이 높은 대표적인 종목(지난 18일 기준)으로는 서린바이오(12.19%), 파워넷(12.09%), 덕신하우징(11.45%) 등이 꼽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써니전자, 대성홀딩스, 영화금속이 10%대 비율을 기록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를 받은 개인투자자는 정보를 기반으로 한 투자보다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추격 매수하는 비중이 더 높다”며 “일반적으로 주가가 짧은 기간 과도하게 상승한 뒤에는 단기적인 반전이 발생할 수 있어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융자가 늘면서 반대매매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빚을 내 투자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 고점 대비 20% 하락하는 경우에 반대매매가 나타난다. 하루 평균 반대매매 금액도 최고치를 찍었다. 1월 4일부터 19일까지 하루 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239억원으로 지난달(173억원) 대비 38%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월별 하루 평균 반대매매 금액이 200억원을 넘긴 적은 없었다.
증권업계는 반대매매 규모가 커지더라도 이것이 증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신용잔액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지만 시가총액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개인 주식 신용 매수 비중도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상태라 개인투자자의 ‘빚투’ 우려는 과거보다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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