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여자친구 언니까지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피해자 부모 두 딸 잃어…사회와 영원히 격리"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수정)는 20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3)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김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10시30분께 충남 당진시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곧바로 같은 아파트 여자친구 언니 집에 침입해 숨어 있다가 이튿날 새벽 퇴근하고 돌아온 언니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김씨는 피해자 신용카드를 이용해 돈을 인출하거나, 이미 숨진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가족과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행동으로 범행을 은폐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여자친구 언니 차를 훔쳐 울산으로 내려갔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자매 둘을 살해하고 금품을 훔쳐 달아났고, 끔찍한 범행에 대해 전혀 속죄하지 않고 있다"며 "절도죄 등으로 3번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기간 중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피해자들을 살해하면서 피해자 부모는 동시에 두 딸을 잃게 됐다. 유족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며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돼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에 대해서는 "재범 우려가 있다는 객관적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이날 법정에서 선고 공판을 방청한 유족은 재판부의 판결에 강하게 항의하며 절규했다.
이들은 "저 사람을 살려주는 게 말이 되느냐, 내가 지금 살고 싶어 사는 줄 아느냐"며 "(피해자 자녀) 어린 손녀들이 커가는 중인데, 저 사람도 멀쩡히 살게 된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저 사람은 악마와 다름없다. 왜 인권을 보호해주고 우리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느냐"라며 "내가 지금 (김씨를) 살해할 테니 나에게도 무기징역을 선고하라"고 울부짖었다.
재판부는 "저희에게 말씀하셔도 이미 선고는 마쳤다"며 "법에서 할 수 있는 절차를 밟으시길 부탁한다"고 답했다.
앞서 피해자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23일 "딸의 남자친구가 제 딸과 언니인 큰딸까지 살해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이 청원은 20일 오후 현재 2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국민청원은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을 경우 각 부처나 기관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관계자들이 직접 답변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항소심 등 재판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이와 관련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유족 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