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재난현장에서 신속한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는 굴삭기 형태 로봇(사진)을 20일 선보였다. 이 로봇엔 4개의 무한궤도 위에 사람의 양팔 역할을 하는 6m 길이 작업기 한 쌍이 달려 있다. 최대 200㎏까지 장애물을 옮길 수 있고 22㎜ 두께 철근을 절단할 수 있다. 시멘트 덩어리를 부수거나 샌드위치 패널을 뚫는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 재난현장에서 매몰된 사람을 구조하는 데 기존 굴삭기보다 더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굴삭기는 조작 난도가 높고, 땅파기에 최적화돼 있어 소방관 등 비숙련자가 재난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이 로봇에 탑승하면 웨어러블 장치를 이용해 양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숙련되지 않은 사람도 제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로봇 왼손은 다양한 물체를 잡을 수 있는 ‘파워 그리퍼’로, 오른손은 절단·파쇄·벌리기 등 작업이 가능하도록 개발했다. 사람 팔에 상응하는 14개 자유도(관절)를 갖췄다.
생기연은 이 로봇에 전기 모터식 액추에이터가 아닌 ‘유압식 액추에이터’ 기술을 적용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말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유압식 액추에이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달리고, 뛰고, 공중제비까지 도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 로봇개 ‘스팟’의 움직임 비결이 유압식 액추에이터에 있다. 모터식 액추에이터보다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어 극한 작업 등에 최적이다.
생기연 연구팀은 경북 포항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서 재난 시나리오 20여 개에 따른 현장 테스트를 진행해 성능 검증을 마쳤다. 재난현장에 실전 배치할 수 있게 일선 소방서와 함께 유압시스템 및 제어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