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백두산 호랑이'라 불리는 멸종위기종 아무르 호랑이가 최근 러시아 도로에서 자동차에 잇따라 치여 사망하고 있다. 아무르 호랑이의 개체 수를 힘겹게 늘렸던 러시아 당국의 각종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19일 러시아 매체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아무르 호랑이 성체 한 마리는 지난 17일 오후 하바롭스쿠주 주도 나나이스키 지역의 한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숨진 호랑이는 태어난 지 4~5년 된 수컷이다. 현지 경찰은 현장에서 아무르 호랑이를 치어 숨지게 한 승용차 운전자의 신원을 확인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무르 호랑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저색목록'에 지정돼 국제적인 보호를 받는 호랑이다. 한때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밀렵으로 절멸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 차원의 노력 덕분에 개체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2012년 연해주(州) 29만6000㎢ 땅에 아무르 호랑이와 아무르 표범을 보호하기 위한 '표범의 땅' 국립공원이 조성했으며 이듬해엔 보호 전문기관인 아무르 호랑이 센터도 만들었다.
매체에 따르면 아무르 호랑이는 현재 560∼600마리까지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90%가 연해주와 하바롭스크주 등 러시아 극동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밝혔다.
이처럼 개체 수는 과거보다 크게 늘었지만 최근 로드킬 사고가 잇따르며 아무르 호랑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당국은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바롭스크 지방정부는 반복되는 아무르 호랑이와 관련한 로드킬 사고의 방지를 위해서 운전자들에게 "도로에서의 제한속도를 준수해달라"고 당부까지 할 정도다.
한편 지난해 12월 하바롭스크주 나나이스키 지역의 한 도로에서는 아무르 호랑이 1마리가 운행 중이던 승용차와 충돌해 사망했으며, 같은해 2월 연해주 크라스노아르메이스키 지역 도로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