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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일본이 코로나 팬데믹 대처에 취약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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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부쩍 늘어났다. 작년 10월 10∼16일 1주일간 평균 확진자는 541명이었으나 이달 10∼16일 1주일간 평균 확진자는 6017명으로 3개월 사이에 11.1배나 늘어났다(요일에 따라 검사 수가 크게 달라 1주일 평균값 계산. NHK집계 자료). 위생 선진국이라 알려진 일본이 왜 코로나19 대처에서 취약성을 보이는 것일까? 주된 이유로 △아날로그적 대응 △기정사실에 얽매이기 △모호한 책임 주체를 들 수 있겠다.

우선, 비(非)아날로그적 속성을 갖는 감염증을 ‘아날로그적으로 대응’하는 취약성이다. 일본은 애니메이션이나 소재·부품·장비와 같이 사람 손을 거쳐 단계를 밟아 완성해 가는 연속성 중시의 아날로그 산업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단계를 건너뛰는 비약에는 익숙하지 않다. 코로나19는 한 명의 감염자가 여러 명을 감염시켜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아날로그적 속성을 갖는다. 일본에서는 전화로 먼저 보건소 직원에게 증상과 경위를 설명하고, 보건소 직원은 검사 결과를 팩스로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며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 이런 아날로그적 대응으로는 감염자 증가 속도를 제어하기 어려웠다.

다음으로 ‘기정사실에 얽매이기’에서 오는 취약성이다. 꽉 짜여진 기존틀 아래서 일을 처리하는 데 익숙한 일본인지라 갑작스런 사태 대처나 신제도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무척 더디다. 신규 안건을 긴 시간에 걸쳐 논의하고 서서히 받아들이며 기존 제도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려 한다. 그렇게 어떤 제도가 기정사실로 정착되면 개인 의견은 매몰되고 관례나 준칙에 따른 진행이 불문율처럼 자리잡는다. 갑자기 터져 퍼지는 코로나19를 마주하면서도 기존의 보건소 대응 방식이라는 기정사실에 얽매인 채 새로운 발상에 입각한 조치에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사령탑이 어디인지 모르는 ‘책임 주체의 모호함’에 따른 취약성이다. 일본은 12세기 말 가마쿠라(鎌倉) 시대부터 19세기 후반 에도(江戶) 시대까지 약 700년간 무사계급의 지방 영주에 의한 통치가 이뤄져 왔다. 그런 역사 배경도 있어 중앙집권 방식보다는 지방에 맡기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책임지기를 꺼리는 중앙 관료와 위정자는 지방정부나 개인의 부주의 책임으로 떠넘기려 한다. 그러는 사이 지역을 가리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져나간 것이다. 지방정부가 코로나19 대처에서 한계에 부딪히면 자위대 간호사 파견, 지역 긴급사태 선언을 국가에 요청하는 식이다.

이상의 세 가지 이유는 기존 틀 안에서 안심을 느끼며 지내려는 일본인의 특성과 직결돼 있다. 정책당국이 ‘아날로그적 대응’이나 ‘기정사실에 얽매이기’ 성향을 보인다 해도 국민들은 이를 질책하기보다는 “보건소 직원들 고생한다” “정해진 규칙인지라 어쩔 수 없다”며 순응한다. 개중에는 PCR 검사를 대폭 늘리고 확진자를 격리 수용해야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거라 주장하는 이도 적지 않으나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분위기다.

일본에서 핵심을 찌르는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의료 붕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나라 전체를 총괄하는 한국의 질병관리청과 같은 전문조직이 없을뿐더러 의료인의 권한은 미미하다. 대만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 사령탑의 신속한 대처 및 정보공유, 국민의 납득에 따른 자유행동 규제가 코로나19 억제에는 유효하다. 우리로선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키고 일본에 힘을 빌려줄 수 있는 여력 키우기로 경기회복 및 국력 증진을 도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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