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사면론을 띄운 이 대표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문 대통령의 공개 발언으로 정치적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정부·여당과 이견을 노출한 이 지사는 사실상 문 대통령의 지지 발언이 나오자 화색을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법원의)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사면이 대통령 권한이긴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새해엔 통합 기운이 국민 사이에 확산되고 갈등이 완화돼야 한다"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이 대표를 의식한 듯 "'사면을 통해서 국민 통합을 이루자'라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지를 뒀다. 하지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그냥 솔직히 제 생각 말씀드리기로 했다"며 사면론에 대해 단호한 생각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사면 문제와 관련 "대통령 말씀으로 그 문제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사면론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대표의 입지도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지지율 하락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이 지사는 반색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님의 신년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100년 만의 세계사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 다시 한번 생각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 지사는 "오늘 대통령님께선 최근 보수언론과 촛불 개혁 방해 세력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경기도의 노력을 이해해주시고 수용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주요 정책을 지자체가 선도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정부 지원으로 충분치 않다. 이를 보완하는 지자체의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은 이 지사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지사는 당초 이날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공식 발표하려고 했으나 여당으로부터 제지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당내 논의에 따라 합리적인 당론이 정해지면 경기도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났지만, 문 대통령의 공개적 지지에 힘입어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