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변수를 점검하고, 증시 향방을 생각해 보는 ‘뉴욕 증시 전망대’입니다.
지난주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증시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10년물 금리가 단기 급등하면서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주 후반 들어 국채 금리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번주엔 역사적인 행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조 바이든이 우여곡절 끝에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합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동원할 것이란 점은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증세와 규제 강화 우려가 커지는 점은 부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돌발 소요 사태를 일으킬 것인지도 주시해야 할 부분입니다. 다음은 이번주 주시해야 할 이벤트입니다.
- 18일(월)은 마틴 루서 킹 데이로 뉴욕 증시 휴장
-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20일) 및 폭력 시위 재연 여부
-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움직임
- 주요 기업들의 4분기 실적(넷플릭스, 인텔 등 159개)
-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의 청문회 참석 및 발언
-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21일)▶지난주 금요일 뉴욕 증시는 어떻게 마감했나한국시간으로 지난주 토요일 새벽 마감한 15일,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가 모두 내렸습니다. 다우는 0.57% 하락한 30,814.26, S&P 500은 0.72% 떨어진 3,768.25, 나스닥은 0.87% 내린 12,998.50에 각각 장을 마감했습니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부양책을 전날 저녁 7시에 발표했는데도 개장 후부터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부양책 기대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던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새 부양법이 의회를 원만하게 통과할 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재정을 동원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미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시장에서 나왔습니다.
이번 부양책엔 미국인에 대한 추가 현금(1인당 1400달러) 지급, 추가 실업수당(매주 400달러) 및 지급 기간 연장(올해 3월→9월) 등이 포함됐습니다. 바이든은 또 인프라 투자 및 기후변화 대응 등에 초점을 맞춘 또 다른 부양책을 다음달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요일에 공개된 소비 지표가 부진했던 점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시장에선 작년 12월의 소매 판매가 전 달보다 0.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무부가 집계해 보니 0.7%나 감소했습니다. 코로나 재확산 여파로 식당 등 소비가 큰 폭으로 줄었던 겁니다.
올 1월의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예비치) 역시 전 달 확정치(80.7)는 물론 시장 전망치(79.4)에도 못 미치는 79.2에 그쳤습니다. 소비는 미 경제에서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의 결정적인 변수입니다.
▶지난 일주일 간의 뉴욕 증시는 어땠나주간 기준으로도 3대 지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 후반의 낙폭이 비교적 컸습니다. 다우는 한 주동안 0.9%, S&P 500과 나스닥은 1.5%가량씩 하락했습니다.
이달 들어 갑자기 급등세를 타면서 증시 불안을 키웠던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주 후반부터 하락했으나 불안감은 컸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15일(금) 기준 연 1.087%로 마감했습니다. 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이달 6일 연 1%를 돌파했고, 이후 최고 연 1.19%까지 치솟았다 소폭 떨어진 겁니다.
국채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하면 문제가 없지만 짧은 기간동안 급등하면 기업·가계 등이 준비 없이 대출 금리 상승을 맞을 수 있어 경제엔 악영향이 불가피합니다.
국채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이 긍정적인 신호도 아닙니다. 경기 부진 우려를 반영하기 때문이죠.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정도로, 완만하게 움직이는 게 가장 좋다고 시장은 평가합니다.
지난주 시장에선 양적완화 축소나 증세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안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연내 테이퍼링 개시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이퍼링(tapering)은 미 중앙은행(Fed)이 매달 1200억달러 규모로 매입해온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걸 의미합니다. 현실화하면 작년 6월부터 지속됐던 시장 유동성 확대가 중단되는 겁니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시장 불안을 의식해 “지금은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 시점을 논할 때가 아니다”고 서둘러 진화했습니다.
증세를 우려하는 월가 발언은 투자은행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한테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는 “미국의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는 상황”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 자본이득세 등의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재정 확대에서 증세로 옮겨가면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주엔 새 정부 출범이 가장 큰 이슈일텐데.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불복한 초유의 사태를 뒤로 하고, 바이든 시대가 이번주 수요일부터 시작합니다. 증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를 표출해 왔습니다. 작년 11월 3일 대선일 이후 다우와 S&P 500 등 3대 지수는 9% 안팎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무엇보다 부양책 확대 기대가 컸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시작돼도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시장조사 업체인 CFRA에 따르면 1952년 이후 민주당 대통령 취임 때 100일 동안 S&P 500 지수는 평균 3.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양상이 좀 다를 것이란 반론도 나옵니다. 부양책 이슈가 시장에 선반영됐고, 트럼프 탄핵 등 정치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취임식 전후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증시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바이든과 민주당이 공개했던 부양책이 원만하게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의문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긴 했지만,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야 겨우 과반수를 맞출 정도로 아슬아슬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민주당 내에서도 대규모 현금 배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경제 지표가 있다면.21일 나오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간 단위로 집계하긴 하지만 지난주 새로운 실직자가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기 때문이죠. 지난주 청구건수는 96만5000건으로, 일주일 만에 18만1000건 늘었습니다. 증가폭은 작년 3월 이후 가장 컸고, 시장 예측치(80만 건)도 17만 건 가까이 웃돌았습니다.
백신이 배포되고 있지만 아직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고, 경제 봉쇄 조치는 되레 강화된 데 따른 영향입니다.
같은 날 주택 착공 및 허가 건수도 나옵니다. 미 주택 시장은 지속적으로 활황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22일에는 금융정보 제공업체 IHS마킷의 1월 기준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판단하는데, 작년 12월엔 각각 57.1 및 54.8이었습니다. 경기 확장이 지속됐으나 두 지수 모두 전 달보다 떨어졌습니다.
▶실적 발표하는 기업 중 눈여겨볼 만한 기업이 있다면.이번주엔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 중 총 159곳이 작년 4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월요일인 18일은 마틴 루서 킹 휴일이어서 휴장하기 때문에 발표 기업이 없습니다만 19일에 세계 1위 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이 1.38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런 시장 예상과 얼마나 차이나는 지가 관건입니다.
회사는 작년 3분기엔 1.74달러의 EPS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시장 전망치(2.14달러)를 크게 밑돌면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석유개발 업체 할리버튼도 4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20일에는 모건스탠리, 유나이티드에어라인, 프록터앤드갬블(P&G) 등이, 21일엔 인텔과 IBM, 아메리칸에어라인 등이 각각 실적을 공개합니다.
다만 지난주에는 JP모건 등 은행주들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도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인물이 있나.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지명자의 입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옐런 전 Fed 의장의 인사 청문회가 19일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교수 출신인 옐런은 벤 버냉키의 뒤를 이어 Fed를 이끌 때도 시장 친화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혔습니다.
옐런은 취임 후 적극적인 경기 회복 정책에 주안점을 둘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그의 Fed 후임인 제롬 파월 현 의장과 소위 코드가 통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옐런이 청문회에서 비둘기파적인 견해를 밝힌다면 증시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옐런이 이번 청문회에서 외환 정책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면 “달러 약세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전해졌습니다. 환율 변동은 경제와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후행적 성격일 뿐 정부가 무역수지를 개선하려고 의도적으로 개입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이는 전임 트럼프 정부와 다소 차이 나는 견해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일관된 인식을 다른 국가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참고로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등 10개국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환율 조작 관련 관찰대상국’입니다.
파월 등 Fed 핵심 인사들은 이번주에 연설하는 일정이 없습니다. 다음주인 26~27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는 만큼 별도의 시장 메시지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달 FOMC에서도 금리 정책 변화에 대한 가이던스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이번주엔 유럽중앙은행(BOE)과 일본은행(BOJ) 등 다른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뉴욕 증시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전망입니다.
▶월가에선 증시 거품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나.새해 들어서도 글로벌 증시가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온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의 E-트레이드 증권이 최근 100만달러 이상 주식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1%가 “증시 거품이 이미 끼었거나 조만간 닥칠 것”이라고 답했다고 CNBC가 전했습니다. 거품과 거리가 멀다는 답변은 9%에 그쳤습니다.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온라인 증권 계좌를 갖고 있는 1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중요한 건 대처법인데, 다수는 증시 거품에도 불구하고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백신 배포 속도가 빨라지고, 바이든의 대규모 부양책이 가시화할 것이란 점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다수의 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종목에 좀 더 비중을 두겠다”고 했습니다.
E트레이드의 마이크 로웬가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증시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월스트리트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